[잠깐 독서]
-북한을 바꾸는 법
이종태 지음/개마고원·1만5000원 북한에서 싹트는 시장경제 요소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상당한 수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990년대 처음 나타난 ‘돈주’(민간자본가)는 초보적인 금융자본가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물류, 무역업, 부동산 개발 등에 뛰어든다. 2000년대 이후 지역별 종합시장이 생기면서 물류가 발전하자, 주유소나 숙박업이 새 업태로 떠올랐다. 이 시기에 대중화된 휴대전화 보급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부동산 시장도 형성돼 평양 등에서는 ‘집값 시세’가 뉴스에 나올 정도다. 이종태 <시사인> 기자는 취재를 통해 알게 된 북한 밑바닥 현실을 소개하고, 한국이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햇볕정책의 기조는 지키되 그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으로, ‘법치주의 이식’을 제시한다. 저자가 보기에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라지만 경제에서는 이미 국가 영역보다 시장 영역(장마당)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시장 발전→자유 증진→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정착’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보편적 과정을 북한에 ‘이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은 이미 부동산관리법 제정, 국영기업 독립채산제 도입 등 시장화를 뒷받침하는 법 제도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한국의 역할은 분명하다. 북한에 시장경제 발전에 필요한 ‘법치’가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남북 교류가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하면 북한이 도발을 멈추길 바라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또한 남북문제는 한 번의 협정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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