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석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백민석(사진)은 지난해 7월 쿠바 여행기 <아바나의 시민들>을 낸 바 있다. 쿠바 수도 아바나를 다섯 지점으로 나누어 작가가 직접 찍은 해당 지역 사진들을 무작위로 배열하고 글을 곁들인 책이었다. 여행 순서에 따른 기행문과는 성격과 방식이 달랐던 셈이다. 새로 나온 그의 소설 <교양과 광기의 일기> 역시 쿠바 여행의 산물이라 할 법하다. 9월28일부터 12월23일까지 87일의 일기 형식인데, 주인공이 일본 도쿄를 거쳐 쿠바에 가서 머물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건너가는 여정을 담았다. 더 문제적인 것은 일기가 ‘두 벌’이라는 것. 제목처럼 ‘교양’과 ‘광기’의 일기가 책의 앞뒷면을 따라 펼쳐진다. 앞면 교양 일기의 필자는 작가 자신을 떠오르게 하는 현역 소설가로, 공식 업무차 쿠바에 온 인물이다. 그는 문화원과 한인 동포 모임에서 강연을 하고 방송 인터뷰 등 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한국 출판사와 연락을 취하면서 책 출간 일정을 챙긴다. 그런 공식 업무 틈틈이 아바나 이곳저곳과 지방 도시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그가 쓰는 일기의 대강을 이룬다. 광기의 일기 필자는 “전쟁놀이와 광란의 섹스를 좋아하는 10대 소년”이다. 그는 말하자면 교양 일기 필자의 어두운 반쪽, 체면과 사회적 평판보다는 내면의 본능과 욕망에 충실한 무의식적 자아라 할 수 있다. 교양 일기 필자가 지킬 박사라면 광기의 일기 필자는 하이드씨인 셈이다. 이 두 자아가 일기장의 앞면과 뒷면에 나란히 일기를 쓰는 게 소설의 형식이고, 책 편집 역시 홀수 페이지에는 교양 일기가, 짝수 페이지에는 광기 일기가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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