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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현대 한국인의 의식주, 어떻게 변해왔나

등록 2017-12-07 20:15수정 2017-12-07 20:32

한국인, 어떤 옷을 입고 살았나-한국 현대 의생활사
조희진·양미경·이대화·주영하 지음/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2만원

한국인, 무엇을 먹고 살았나-한국 현대 식생활사
주영하·김혜숙·양미경 지음/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2만원

한국인, 어떤 집에서 살았나-한국 현대 주생활사
이희봉·양영균·이대화·김혜숙 지음/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2만원

의·식·주 생활문화 가운데 먹는 문화의 변화는 가장 느리다. 아직도 한국인들은 밥과 찌개를 주식으로 삼고 김치를 먹는다. 그럼에도 양념이 많아 매워진 김치의 맛, 각종 전기·전자 기기가 가득한 주방의 풍경 등은 지난 70여년 동안 한국인의 식생활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화가 가장 느리다고 알려진 식생활이 이러하니, 의생활사, 주생활사의 변화는 또 얼마나 클 것인가?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에서 한국 현대 의·식·주 생활사 책 3권을 펴냈다. 주영하 한중연 교수(민속학), 이희봉 중앙대 명예교수(건축학), 조희진 안동대 강사(사회학) 등 생활세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의·식·주 생활사를 정리하고, 오늘날 한국인이 영위하는 의·식·주의 현대적 기원과 그 변천 과정을 짚은 시리즈다. 국가기록물과 신문, 잡지, 구술, 방송 등 다방면의 자료를 섭렵하여, 현대 한국인의 생활상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달동네 부잣집의 대청마루.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제공.
달동네 부잣집의 대청마루.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제공.

대중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식생활사부터 들여다보자. 지은이들은 ‘식량 수급의 변화’라는 핵심주제어를 염두에 두고 식생활사를 정리하는 한편 미시적인 삶의 변화도 폭넓게 다룬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공장제 식품의 증가는 한국인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불렀다. 인스턴트라면과 통조림 식품 등 식품공업화, 특히 “자본집약적 식품공업의 성장”이 상당히 진척된 결과다. 70년대에는 식품회사들이 대기업화하며 공장제 식품이 전면적으로 보급됐고, 이와 함께 부엌의 전기화도 이뤄졌다. 9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음식과 외국의 제조기술을 접목시키는 식품산업이 부흥했다고 한다.

주생활사를 다룬 학자들 역시 기본적으로 주거 형태의 변천을 중심으로 삼으면서도, 그 속에서 이뤄진 삶의 변화까지 함께 아우른다. 전기밥솥, 냉장고, 가스레인지의 보급 등 부엌의 전기화나 공장제 식품의 보급과 함께 사라져가는 장독대 문화 등은 주생활사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는 대목이다. 주생활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아파트 현상’일 텐데, 1985~1999년 생소하던 아파트가 전국 평균 주거로 완전히 자리잡는 등 이 시기에 “대한민국 현재의 삶은 실질적으로 완성된다”고 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거실’이란 말이 아예 없었다는 사실 등에서 주생활사의 커다란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달동네 부잣집의 부엌.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제공.
달동네 부잣집의 부엌.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제공.

의생활사를 정리한 학자들 역시 ‘복식사’가 아니라 “옷을 만들고 입는 사람과 그들의 행위, 그리고 인식”을 탐구하려 했다고 밝힌다. 40년대 중반 이후 양복과 양장은 일상복의 영역을 잠식하여 사실상 사회 활동을 하는 남녀의 필수 복장이 되었고, 그러한 현상은 한국전쟁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 기성복의 등장, 나일론 등 합성섬유의 다양화와 생산량 확대는 여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한복은 ‘예복’이 되는 경향을 보였다.

급증하는 1인 가구와 전지구화의 가속 등 오늘날의 생활문화에도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한 점도 눈에 띈다. 1인 가구의 등장은 배달·포장음식의 발달과 조리 문화의 변화 등 식생활뿐 아니라 오피스텔, 셰어하우스 등 주거형태나 가재도구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등골브레이커’라 불렸던 패딩이나 ‘안티에이징’ 같은 소비문화의 유행 속에서 읽어내는 집단적 취향 변천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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