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문학회 엮음/한길사·3만5000원 혁명이 요동치면 예술도 요동친다. 20세기 가장 거대한 혁명인 러시아혁명 때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혁명 100년을 맞아 나온 <예술이 꿈꾼 러시아 혁명>은 러시아혁명과 예술의 역동적 관계를 다층적으로 짚은 책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가 지난 3년 동안 열었던 공동 학술연구가 바탕이 됐으며, 학회 소속 학자 20명이 집필한 글들을 담았다. 책의 1부는 막심 고리키, 이반 부닌 등 러시아혁명 시기에 활동했던 문학가 11명의 삶과 예술 세계를 짚어본다. 고리키는 혁명문학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원조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볼셰비키 정권과 불화를 겪는 등 “당시 지배적인 ‘혁명 패러다임’의 한 축을 따라 움직이면서도 항상 스스로 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것을 자기화하고자 했다.” 혁명에 찬성하지 않은 ‘망명작가’ 부닌은 러시아를 떠난 뒤에도 죽을 때까지 러시아를 정신과 문학의 뿌리로 삼은 글을 썼다. 이렇게 저마다의 신념에 따라 길이 갈렸다. “1917년 10월 혁명 후의 러시아는 ‘나의 혁명’을 ‘위해’ 쓰는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의 러시아와 ‘너의 혁명’에 ‘대해’ 쓰거나 침묵하는 안나 아흐마토바의 러시아로” 나뉘었다. 2부는 러시아혁명이 낳은 예술이론 등 유산을 다룬다. 러시아혁명의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문학제도나 예술제도에 대해 발본적인 변혁을 시도했고, 그 일부를 성공시키기도 한 ‘러시아 아방가르드’다. ‘삶건설’ 이념이나 ‘사실문학’ 이론 등은 혁명 후 제기된 아방가르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현대 문학이론에 큰 영향을 미친 러시아 형식주의, 과거 엘리트 문화를 청산하고 노동대중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한 대중적 문화운동이었던 프롤레트쿨트 등 다양한 이론과 운동의 궤적을 짚는다. 3부에서는 발레, 미술, 음악, 건축, 연극 등 혁명 이후 큰 성취를 이룬 러시아 예술을 소개한다. 최원형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