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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중국 폄훼하는 일본…정작 고립되는 건 자신뿐

등록 2005-11-24 17:57수정 2005-11-25 14:17

동아시아는 지금
<뉴욕타임스>가 지난 19일 열등의식과 우월의식이 병적으로 교차하는 일본의 <혐한류> <중국소개> 따위의 대한·중 경계심리를 분석하면서 극우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명예회장 니시오 간지를 거론했다. <혐한류> 집필에도 참가한 니시오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885년 후쿠자와 유키치가 ‘탈아입구’를 주장한 이래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면서 일본은 대한·중관계를 후쿠자와처럼 끌고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36만부가 팔렸다는 <혐한류>보다 몇배가 더 팔렸다는, 극우 산케이신문사가 출간한 과대망상적 역사왜곡의 표본 <국민의 역사> 편저자이기도 한 니시오가 얘기한 후쿠자와는 지금도 일본 최고액 지폐인 1만엔권에 얼굴이 실려 있다. 일본 최고의 인기와 영향력을 자랑하는 역사인물 후쿠자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얼굴 가운데 하나는 그가 조선식민화를 주장했던 ‘정한론’의 기수였다는 것이다.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의 일원이 되자고 한 그의 ‘탈아입구론’은 ‘정한론’과 동전의 양면이었다. 동아시아 주변 후발자본주의국이었던 일본은 제국주의 유럽의 아류가 되기 위해 주변 아시아제국을 수탈해서 그것을 토대로 일어서는 전략을 택했다. 그 제1차 표적이 조선이었다.

따라서 ‘새역모’의 니시오와 <산케이신문>이 한국·중국 문화를 형편없이 폄훼하면서 후쿠자와의 ‘탈아입구’를 입에 올리는 것은, 달리 말하면 한국·중국에 대한 현대판 ‘정한론’적 이중감정의 복합적 표출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후쿠자와야말로 조선과 중국을 얼마나 폄훼하고 경멸했던가!

같은 날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부산 아펙회의 때 딱 30분간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이제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유와 민주주의, 복수정당제, 시장경제 가치관이 공통되고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동류국가 아닌가”, “이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봐도 몇나라 없다”, “정치, 경제, 군사 어느 분야에서도 미국을 사이에 둔 몇 안되는 형제국 아닌가”. 결국 가치관이 다르고 못사는 중국·북한과는 같이 놀지 말고 미국·일본과 놀잔 얘긴가.

이쯤되면, 방한 직전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만난 뒤 “미-일관계가 좋아질수록 중국, 한국, 아시아제국이나 세계 각국과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상천외의 발언으로 자국내에서도 지나친 미국경사라며 비판받은 그가 실은 일본 우익 전가의 보도인 ‘중국 위협론’을 또 슬그머니 꺼내고선 노 대통령에게 ‘우리끼리 잘해보자’고 했다는 얘기로 볼 수밖에. 결국 그의 ‘탈아입미’는 중국 고립화를 겨냥한, 낡은 20세기형 국가주의적 편짜기, 이이제이의 끈질긴 재활용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여서 재미있다. 막상 동아시아에서 고립되고 있는 것은 일본 자신 아닌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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