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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문사회학 개념들에 생물학적 뿌리를

등록 2017-12-28 19:16수정 2017-12-28 19:23

초유기체 인간
정연보 지음/김영사·1만8000원

“인간의 도덕성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어야 한다.”

이런 ‘도발적’ 언명은 유전자(DNA)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때 국립환경연구소 연구원과 서울 백병원 조교수를 지냈으며, 벤처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던 정연보씨가 진화와 윤리의 연관성을 탐구해온 끝에 이른 생각이다. “자신과 자식이 우주의 중심이어서 남을 위한 희생을 기대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존재)”에게 왜 이타성이 존재하는가? 그 의미는 무엇인가? 지은이는 인간 본성의 딜레마를 해명하는 열쇳말로 ‘초유기체 인간’을 든다.

‘초유기체(superorganism)’는 1911년 미국 생물학자 윌리엄 휠러가 개미를 관찰하며 창안한 개념으로, 무리를 이루는 개체들이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집합체를 가리킨다. 개미는 집단의 번식을 유일하게 전적으로 책임지는 여왕개미를 정점으로 철저한 계급사회를 이룬다. 전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개체는 기꺼이 희생된다.

개별적으로 생식하고 사유 능력을 갖춘 인간은 개미 집단과는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인류사회에서도 개미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자기희생이 목격된다. 지은이는 “이런 극단적 자기 희생은 인류에게 초유기체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인류사회를 초유기체로 보게 되면 많은 인문학적·사회과학적 현상이 새로운 의미를 갖고 다가온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윤리·신·가치는 초유기체를 지향하는 것이고, 자유·인권·정의는 초유기체성에 대한 저항과 연관돼 있다. 그렇게, 익숙한 인문사회학적 개념들이 생물학적 뿌리를 갖기 시작한다. “이는 인문사회학과 자연과학이 연결된다는 말이며, 인문사회학의 지식들이 견고한 객관적 지식 위에 서게 된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그 위에서 방대한 인문학적 사유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인간 본성’의 비밀을 탐구한다. 모두 16장으로 꾸려진 책의 각 주제는 차가운 과학과 따뜻한 휴머니즘이 인간 공동체 안에서 만나는 지점들이기도 하다. 그룹선택, 갈등, 선행, 협동, 생존경쟁, 자유의지, 인권, 종교, 경제정의 등이 그 일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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