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 마델 지음, 팀 이르다 옮김/봄알람·1만6000원 지난해 페미니즘 논쟁을 달궜던 단어 가운데 하나는 ‘시스젠더’였다. 이 말은 ‘태어날 때 지정된 섹스 혹은 젠더가 젠더 정체성과 일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트랜스젠더’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일부 페미니스트 그룹이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의 선 긋기에 나서면서 페미니즘 논쟁은 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태어날 때 남성으로 지정되었지만 본인 젠더가 단 한 번도 남성이었던 적은 없다고 하는 사람은 ‘FTF’(Female to Female),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전환한 사람은 ‘FTM’(Female to Male), 젠더를 약하게 느끼거나 젠더 정체성에 다소 무관심한 사람은 ‘그레이 젠더’라고 부르는 등 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사이에도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고 한다. 젠더뿐 아니라 성적 끌림과 연관돼서도 성적끌림을 경험하지 못하는 ‘에이섹슈얼’과 그 반대인 ‘제드섹슈얼’ 사이에는 ‘그레이섹슈얼’, ‘에이스플럭스’ 등의 스펙트럼이 있다. 이처럼 은하계만큼이나 거대하고 복잡다단한 성적 정체성의 세계를 LGBTQIA+라고 부른다. 이 책은 유튜버이자 작가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자 암중모색하던 지은이가 소개하는 LGBTQIA+ 입문서다. 책 앞 ‘컨닝 페이퍼’에는 위에 적은 다양한 정체성과 관련 용어들이 사전처럼 정리돼 있어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 게이와 레즈비언 정도로 성을 구분하던 이들은 과부하가 걸리기 십상이다. 왜 이렇게 많은 정체성을 나열하는 걸까, 의문도 가질 법하다. 이에 지은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이분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답변한다. 이분법에 대한 도전은 변화와 유동성을 고려하고 중간 지대를 포용한다는 것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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