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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연과학과 다른 인문·사회과학의 길

등록 2018-01-04 18:58수정 2018-01-04 19:05

정신과학의 철학
신호재 지음/이학사·3만원

15~16세기 유럽에선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기존의 지식 패러다임을 뒤엎는 ‘과학혁명’이 일어났다. 이런 혁명은 세계와 우주의 사물·현상을 탐구하는 자연과학이 주도했다. 반면 정신과학은 자연과학과 대비해 법학·경제학·사회학·문화인류학·역사학 등 인문사회과학에 속하는 학문 분과를 통칭한다.

근대 이후 서양 철학사는 자연과학에 짓눌리거나 포섭되지 않고 고유의 영역과 인식틀, 방법론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한 줄기를 이뤘다. 과학혁명의 성취를 토대로 19세기에 출현한 실증주의와 과학기술의 높아진 위상은 인문·사회과학도 자연과학 방법론에 기초해 수행될 때만 ‘과학’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불러왔다. 사회과학은 경험적 데이터에서 일반화된 법칙을 도출하는 ‘과학적’ 형식을 갖추는 게 대세가 됐고, 인문학은 구조주의 언어학을 통해 ‘과학이고자 하는 억압된 욕망’을 일부 충족했다. 한마디로 “인문·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본질적으로 다른 정신과학만의 본성을 규명하는 일에 소홀했다.”

철학자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정신과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 학문으로 존속하기 위해선 정신과학의 토대를 새롭게 정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토대는 모든 학문의 뿌리인 철학이다. 지은이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확장하고 사유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신칸트학파와 독일의 해석학 철학자인 빌헬름 딜타이의 논쟁, 사유와 논리 구성 대신 객관적 실체의 현상에서 본질을 찾는 후설의 현상학에 주목했다.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의 구분 기준이 탐구 대상의 내용(분야)인지 탐구 방법인지를 둘러싼 논쟁, 보편타당한 절대적 진리의 실체 등을 재조명한다. 특히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은 “정신과학에 굴종을 강요했던 자연주의나 실증주의가 실상은 정신적 존재인 인간이 세계를 다양한 모습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본성을 망각할 때에만 타당한 상대적 진리”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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