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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술은 하찮은, 그러나 자연스런 신음이야”

등록 2018-01-04 18:58수정 2018-01-04 19:22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1
박응주, 박진화, 이영욱 엮음/현실문화·3만원

1980년대 폭발한 민중미술의 기운을 총결집했던 민족미술협의회(1985년) 창립 30돌을 계기로, 8명의 작가와 8명의 평론가가 나눈 대담집이 묶여 나왔다. 주재환·심정수·신학철·손장섭·박석규·김정헌·김인순·강연균 8명의 선배 미술인들이 각각 이영욱·최태만·심광현·박진화·박현화·신정훈·김종길·박응주 8명의 후배 평론가들과 짝을 이뤄 자신들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이들이 미술에 입문했던 시기는 도처에 독재정권의 살기가 도처에 뻗쳐있던 때인 동시에, 조각을 한번도 배우지 않고도 서울대 조소과 입학이 가능했고(심정수), 마음 맞는 이들끼리 몰려다니며 초코파이 정(情)처럼 엉켜 일하던(주재환) 어수룩한 시절이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미술인지 몰라 헤매던 이들은 일제 식민지 잔재를 어떻게 청산할까 고민하고(박석규), 왜 미술엔 실천문학사 같은 게 없을까 의문을 품었다(김인순).

이런 물음들은 1979년 ‘현실과 발언’의 창립으로 모아졌고, 이후 서울미술공동체, 두렁, 임술년,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 등으로 뻗어나갔다. 미술을 무기로 정치에 참여했던 8명의 작가들은 이젠 ‘원로’라고 불리고 있지만 여전히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예술의 정체성을 곱씹는다. “미술이란 건 하찮은 신음이야. 체제를 못 바꾸는 거야. 이거는 총칼로밖에 바꿀 수가 없잖아. 그래도 미술은 자연스러운 신음이니까, 인간이니까. (할 수밖에 없는 거지.)”(주재환) “미술하는 사람은 (사회의) 중심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변두리나 이런 부족하고 없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작가로서의 품위가 있는 것이라고 보지를 않아.”(김정헌)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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