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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브라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핵심 고전

등록 2018-01-18 19:08수정 2018-01-18 19:57

브라질의 뿌리
세르지우 부아르끼 지 올란다 지음, 김정아 옮김/후마니타스·1만5000원

지우베르뚜 프레이리, 까이우 쁘라두 주니오르와 함께 브라질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손꼽히는 세르지우 부아르끼 지 올란다(1902~1982)의 주저 <브라질의 뿌리>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가 주한 브라질문화원과 함께 내고 있는 ‘빠우-브라질’ 총서의 세번째 책이다. 이는 국내 최초의 브라질 연구 총서로, 현재까지 호베르뚜 다마따의 <브라질 사람들>(2015), 슈테판 츠바이크의 <미래의 나라, 브라질>(2016) 등이 출간된 바 있다. ‘빠우 브라질’은 브라질이란 나라 이름의 기원이 된 나무를 말한다.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 언론인으로도 활동했던 올란다는 20세기 브라질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손꼽힌다. 현재 브라질 집권 여당인 노동당 창당에 관여했고, 브라질 대중음악의 거장 쉬꾸 부아르끼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가 1936년 펴낸 <브라질의 뿌리>는 <주인과 노예>(지우베르뚜 프레이리), <현대 브라질의 형성>(까이우 쁘라두 주니오르)와 함께 브라질 연구의 3대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추천사에도 나오듯, 30년대부터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에게 이들의 책들은 브라질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역사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세르지우 부아르끼 지 올란다. 출처 elfikurten.com.br.
브라질을 대표하는 역사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세르지우 부아르끼 지 올란다. 출처 elfikurten.com.br.

책의 첫 장에서 지은이는 “우리 사회에서 응집력이 부족한 것은 근대적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무질서를 극복할 유일한 길이 전통, 그중에서도 특정 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틀렸다”고 말한다. 브라질이 응집력이 부족한 사회, ‘무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라는 진단에 대해, 좀 더 적확한 답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은이는 특정 요소에만 치중하지 않고, 이베리아 반도로부터 전해온 유럽 문화의 이식, 브라질의 자연적인 조건 등 다양한 요소들이 브라질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포르투갈인들이 사탕수수 농업을 통해 브라질에 정착시킨 것이 전형적인 농경 문명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포르투갈인들은 노동이 아닌 ‘대담함’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부를 추구했고, 열대 자연 조건은 생산성을 늘리는 데 장애 요소가 됐다. 노동에 대한 사회적이고 차별적인 낙인 등 다양한 식민지 문화와 정책도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다른 식민지 나라들과 다르게, 브라질에서는 “생산 활동 가운데 진지한 협력 의지를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당대 브라질인들의 생활에서 독특하게 나타난 것이 있다면 바로 정서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열정적인 특징은 활발하게 고양된 반면, 질서, 규율, 이성과 관련된 자질은 퇴화하고 말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냉철한 지은이의 고찰은 브라질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그 정치적 가능성을 논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첫 출간된 지 80년이 지난 책이지만, “지은이의 예리한 통찰력은 여전히 빛나고 있으며, 과거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시각을 통해 미래를 꿰뚫어 본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옮긴이는 말한다. 또 “브라질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들 중에는 오늘날까지도 미완으로 남은, 심지어 지구촌의 문제로 확장해서 적용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자유주의 원칙과 브라질적인 정체성 사이의 괴리를 인정하고, 형식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민주적·자유주의적 이상과의 교차점과 공감대를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 하는 등의 고민이 돋보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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