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희미하게/정미경 지음/창비·1만3000원 지난해 세상을 뜬 소설가 정미경(사진)의 1주기(1월18일)에 즈음해 그의 유작 소설 둘이 출간되었다. 몇해 전에 써 두었으나 책으로 내지는 않았던 장편 <당신의 아주 먼 섬>, 그리고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마지막 단편 다섯을 묶은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가 그것이다. 둘 모두 작가의 부군인 화가 김병종 교수의 발문과 추모글이 ‘작가의 말’을 대신하고 있다. “내 평생의 문학 동지이자 연인이었고 누이였으며 어머니였고 아내였던 여자”를 떠나보낸 지아비의 추모글은 절절하여 눈물겹다. 두사람은 대학 시절 한 잡지의 청탁으로 각자의 대학 캠퍼스를 무대로 쓴 소설이 인연이 되어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내 생애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고 김 교수는 썼거니와, 두사람은 그 뒤 결혼하기까지 2년 남짓 동안 400통 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휴대전화나 이메일이 없던 시절이었다.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을까요?” 처음 결혼 이야기가 나오던 날, 정미경이 던진 질문이다. 두 가지란 소설 쓰기와 주부의 일. 남편 김 교수에 따르면 고인은 그 두 가지 모두에 최선을 다했다. “(작가의 삶과 여염 여인의 삶이라는)두 시공간을 연약한 몸으로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살아냈다. 과부하가 걸린 채 강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그 두 차원의 시공간을 왕래한 것이다.” 정미경은 방배동 카페 골목의 반지하 원룸을 집필실 삼아 그곳으로 출퇴근하며 글을 썼다.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나를 파괴한다’라는 글귀를 벽에 붙여 놓고 자신을 닦달했다. 그가 세상을 뜬 뒤 집필실을 정리하던 남편 김 교수가 책더미 속 상자에서 발견한 것이 <당신의 아주 먼 섬> 원고 출력본이었다. 주로 도시나 이국을 배경 삼아 소설을 쓰던 정미경이 드물게도 남도의 한 작은 섬을 무대로 쓴 이 소설의 출발에는 남편의 채근도 한몫을 했다. “이 소설을 쓸 무렵부터 그녀의 몸이 급격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지난해 1월 타계한 소설가 정미경. 김병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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