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뒤발 스탈라 지음, 문신원 옮김/연암서가·2만원. 변호사이자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알렉상드르 뒤발 스탈라의 ‘교차전기’ 3번째 작품. 전작에서 ‘말로-드골’, ‘모네-클레망소’ 두 쌍의 인물을 다뤘던 지은이는 프랑스에서 혁명의 파고가 가장 높았던 18세기말~19세기 중반을 풍미한 두 사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8~1821)와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1768~1848)이 빚은 애증을 직조한다. 정치와 문학, 분야는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만난 적은 딱 한번(1802년 4월22일). 1799년 브뤼메르 18일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은 로마 교황청과의 화해를 눈앞에 둔 시기였고, 샤토브리앙은 해외 망명을 마치고 종교 예찬서 <기독교의 정수>를 출간할 무렵이었다. 샤토브리앙은 이날 만남을 “나폴레옹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알아보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했고, 나폴레옹의 호감을 얻어 로마 대사에 임명됐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황제’로 질주하던 무렵 벌어진 납치 음모 및 귀족 처형 사건으로 두 사람은 완전히 결별하게 된다. “나폴레옹이 왕족은 해치웠는지 몰라도 나를 해치우지는 못했다”는 샤토브리앙의 날선 비판 앞에서 나폴레옹은 “샤토브리앙은 내가 바보인 줄 알고 있다. 그놈을 칼로 베어버릴 테다”라고 분노했다. 두 사람의 격돌은 나폴레옹이 쓸쓸한 죽음을 맞기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샤토브리앙은 나폴레옹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지막 작품에서 이렇게 썼다. “나폴레옹의 위대함은 스스로 운명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사실상 그는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했다. 다만 불행이 그를 삶의 오지로 보냈을 뿐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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