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손가락 끝에 눈이 달린 10대의 성장기

등록 2018-02-01 19:36수정 2018-02-01 19:52

손가락이 간질간질
강병융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기사 베껴 쓰는 언론’을 동시에 후려잡은 소설집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2017)의 작가 강병융.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다. 명랑하게 묵직한 소설은 소설대로, <아내를 닮은 도시>(2015)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2016) 등 장난스럽게 다정한 산문집은 또 그대로 독자의 깊은 공감을 받아왔다. <손가락이 간질간질>에선 소설 쓰는 강병융과 에세이 쓰는 강병융을 한번에 만난 것 같다.

10대 고교 야구선수 ‘유아이’의 퀴어 성장 판타지. 아이에게 ‘세 번째 눈’이 생긴다. 부위는 하필 손가락. 아이는 투수다. 몇 번째 손가락인지가 웃음 버튼인데 지금 알려드릴 순 없고, 아무튼 아이는 고민한다. “어떤 병원에 가야 할까?” 이놈의 손가락은 친구 ‘백이’만 보면 더 간지럽다. ‘백이’가 보고 싶다. 꿈에서도 보고 싶다. 남들과 다른 내 모습, 고쳐야 하는 질병일까?

손가락에 눈이 있는 운동선수로 방송을 타버린 아이. “주인공이 된 이유가 ‘다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름 아닌 ‘다름’ 때문”. 이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아이’를 차별하거나 정죄하는 인물이 아무도 없다. 바로 이 점과 눈빛이 깃든 손, 두 설정 때문에 이 책은 춤을 보듯 읽게 된다. 춤의 감동은 결국 손으로 전달된다. 맨 끝에 있으면 눈빛은 못 봐도 손은 볼 수 있다. 댄서는 그래서 손끝에 눈빛(영혼)을 담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춤은 결코 지옥을 재현하지 않는다. 표지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 빨강에서 보라까지 모든 색이 춤추는 안전한 세계. 견고하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