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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좋은 부부? 잘 싸우는 부부!

등록 2018-02-01 20:05수정 2018-02-02 16:20

사랑한다면 왜
김은덕·백종민 지음/어떤책·1만2000원

결혼 8년차에 진입한 남녀 커플이 쓴 이 책은 화제의 웹툰 <며느라기>나 최근 개봉하고 책으로도 나온 다큐 〈B급 며느리〉와 유사한 고민을 담고 있다. 생판 남이었던 남녀가 가족을 이루면서 강제적으로 확장된 가족들, ‘딸 같은 며느리’라는 신화를 붙잡고 일방적인 가사노동 착취를 주고받는 구조에 대해 남자와 여자가 주고받듯이 글을 이어간다. 고민의 출발점은 같지만 문제 해법의 방식이 위 두 작품과 조금 다르다. 아내 ‘은덕’은 신혼 초부터 꾸준히 ‘며느리’라는 말이 주는 불편한 뉘앙스를 시어머니에게 이야기하고, 시댁에 가면 무조건 남편을 부엌에 들여보냈다. 시부모가 좋아할 리 없었겠지만 끈질긴 의사 표시를 통해 고부간 이해의 지점을 찾아냈고 지금은 함께 여행도 기꺼이 다니는 우호적 관계로 발전시켜나갔다.

책의 뒷부분은 가족이 아닌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지만 부엌은 딱 질색인 여자와, 적당히 어지럽히며 살고 싶지만 부엌만큼은 반짝반짝 빛나야 하는 남자. 꼼꼼히 준비된 동선의 여행을 좋아하는 여자와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길 원하는 남자의 결혼생활은 신혼여행부터 싸움으로 점철돼왔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의 뜻이 가장 맞는 지점이 ‘싸움’에 대한 생각이다. “‘그럭저럭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이 되기보다 둘 중에 누구라도 불편하다면 언제라도 싸울 준비가 된 두 사람”은 신혼 때도 지금도 싸운다. 어떤 문제들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고민으로 남아있고 두 필자는 그런 속내까지 책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건강한 부부는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다고 두 저자는 입을 모은다. “사소하더라도 마음에 걸리는 일을 이야기하고, 그 와중에 분노와 슬픔이 속절없이 흘러나오더라도, 지금 당신은 상대방을 가능성의 존재로 수용하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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