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샤오원 지음, 김준연·하주연 옮김/글항아리·1만9500원 중국 왕조국가들의 정사(正史)는 거개가 조정과 왕실의 기록이었다. 궁궐 밖 일상 풍경에까지 사관의 붓끝이 닿진 않았다. 그러나 시문은 다르다. “공식 입장이라는 게 없고 한목소리를 낼 필요도 없기에, (…) 이 사람 저 사람의 시 한 수, 이야기, 생활이 보태져 생동감 넘치는 한 시대의 실상”을 구성한다. 중국의 여성 고전문학 작가인 마오샤오원의 <당나라 뒷골목을 읊다>(원제는 ‘당시풍물지’)는 역대 어느 왕조보다 번성하고 풍요로웠던 당 제국(618~907년) 사람들이 남긴 시 300여편과 그림 100여폭을 통해 자유분방한 풍류와 기상을 들여다본다. 예컨대, 총각이 장가를 들려면 육례, 즉 6단계의 까다로운 의식을 통과해야 했다. 신방에 드는 마지막 관문인 친영의 문턱은 특히 높았는데, 신부 쪽 일가친척의 갖은 구박을 감수한 뒤에도 신부가 치장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며 신부를 재촉하는 최장시를 지어 읊었다. 어느 구절이 마음을 움직이고 나서야 신부는 방을 나와 신랑을 맞이하는데, “그녀들은 이런 하찮은 연극으로나마 혼인에서 일종의 평등한 시작을 쟁취하고자” 했다. 시인 백거이는 집 연못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배를 띄우고 잔치를 열었는데, 물 밑에선 마술처럼 끝없이 요리가 나왔다. 강남의 수로엔 시가 넘쳤다. “물고기가 잔물결을 만들어 노래 부채의 그림자를 흔들고/ 제비가 흩날리는 꽃잎을 차 춤추는 자리에 떨어뜨리네/ 노를 저을 수 있는 작은 배가 없다면 어찌 백 항아리 술을 보내 술이 샘과 같을 수 있겠는가” 입신양명, 결혼, 꽃, 꿈, 화장, 기녀, 옷, 음식, 싸움 등 9개 주제로 엮은 풍속 이야기와 시화들이 흥미롭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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