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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청년이 세상에 외치다, 안전모가 필요해!

등록 2018-02-19 08:01수정 2018-02-19 21:55

청년 위한 그림책 ‘선아’
낭떠러지 위에 선 취준생 삶 통해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메시지
문인혜 작가 “내 이야기 나오더라”
소셜편딩·청년정책캠페인도 마련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란 말도 이제 마냥 낯설지만은 않게 됐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청년을 위한 그림책’이 있다면 어떨까?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을 그림책에 담는다면 과연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최근 출간된 그림책 <선아>(이야기꽃 펴냄)는 바로 청년을 위한 그림책이다. 작가인 문인혜씨가 20대 후반인 것을 고려하면, ‘청년이 만든, 청년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문 작가는 이 그림책의 토대가 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영국 일러스트레이션협회(AOI)에서 주는 ‘2017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인공은 스물아홉살 취업준비생 ‘선아’다. 반지하 원룸에 사는 선아는 매일 아침 8시 윗집 차가 시동을 거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다. 돌보지 못해 시들어버린 작은 화분 옆 달력은, 월세를 내야 하는 부담,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의 고단함 등으로 가득한 선아의 삶을 말해준다. “세상은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선아는 가진 게 없다.” 정답이 없는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 선아는 아이들이 장난삼아 던진 종이컵, 우유팩 등에 봉변을 당하고, 버스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은 한 청년의 거친 몸짓에 밀려 길바닥에 넘어진다. 무언가를 거세게 항의하는 고객 앞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선아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공손히 모아야 한다. “선아는 이제껏 선을 넘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날마다 낭떠러지를 밟는다.”

“잘못도 없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선아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 공사장 가림막 뒤에서 노란색 안전모를 발견한다. 위험한 공사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안전모. “살아남고 싶다”고 간절히 되뇌며, 선아는 그 안전모를 머리에 쓴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선아처럼 자신을 지켜줄 안전모를 쓰고 있다.

문 작가는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품을 완성해가다 보니 그냥 내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했다. 불안에 떨며 자신을 지켜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선아의 모습은 ‘엔(n)포세대’라 불리는 우리 사회 청년의 자화상이다. “취직 자체가 힘들고, 취직이 되더라도 야근 수당을 떼먹히는 등 끊임없이 무언가에 불안해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이 작품 속에 녹아든 것이다. 안전모라는 낯선 소재에는 “이처럼 불안해하는 선아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반영됐다.

작품을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안전모는 이 사회가 청년들에게 제공해줘야 할 ‘사회안전망’으로 그 의미가 발전됐다. 김장성 이야기꽃 대표는 “이 책 출간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해주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절실한 메시지를 전하는 등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싶었다. 안전모의 노란색은 ‘희망’을 상징하는 색깔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책 출간 전에 ‘소셜펀딩’을 진행하고, 안전모 스티커와 배지 등을 제작하는 등 나름대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초빙해 ‘청년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하는” 등 더 큰 규모의 캠페인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청년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청년 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청년을 위한 그림책’이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확산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그림 이야기꽃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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