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지음/문학동네·8000원 2011년 출범한 문학동네시인선은 지난해 12월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라는 ‘티저 시집’으로 100호를 기념했다. 문학과지성사나 창비 등의 기존 시집 시리즈가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는 방식으로 100호 단위 시집을 엮었던 것과 달리, 이 시집은 101호 이후 시집들에 실릴 시 한편과 시인의 산문 하나씩을 담은 미래지향적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문학동네시인선 101호로 나온 문태준(사진)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는 전반적으로 밝고 따뜻하다. 사랑의 느낌, 낙원의 이미지, 무구한 유년기의 추억이 시집을 지배한다. 오늘날 많은 시가 상처와 고통, 슬픔, 분노 등을 표출하는 데 주력하는 것에 견주면 문태준 시집의 이런 성격은 매우 이채롭게 다가온다. 사랑의 언어적 표현이 바로 시라고, 시인은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라는 제목은 적실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등불/ 남을 온기/ 움직이는 별/ 멀리 가는 날개/ 여러 계절 가꾼 정원/ 뿌리에게는 부드러운 토양”(‘우리는 서로에게’ 부분) “나는 너의 뒷모습/ 나는 네가 키운 밀 싹/ 너의 바닷가에 핀 해당화// 어서 와서 앉으렴/ 너는 나의 기분 위에 앉은 유쾌한 새”(‘사랑에 관한 어려운 질문’ 부분) 시집을 읽다 보면 눈앞에 환한 등불이 켜진 것처럼 절로 기분이 유쾌해진다.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 자족적인 세계, 서로를 키우고 북돋우는 살림의 관계를 시인은 찬미하고 고무한다. 시집의 전반적 정조에서 동떨어진 ‘절망에게’라는 제목을 단 시가 들어 있지만, 여기서도 시인은 “그러나 아이들의 꿈인 사과를 떨어뜨리지는 못하리”라며 절망을 넘어설 각오와 기대를 힘주어 말한다.
?문태준 시인.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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