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노무라 마사루 지음, 김철 옮김/뿌리와이파리·1만5000원 ‘일제에 의한 강제 동원’은 우리에겐 상식이랄 정도로 익숙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배경과 내용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여기엔 단순한 상식으로는 풀기 어려운 질문들이 있다. 예컨대, 일제는 왜 해방을 고작 1년 앞둔 1944년 9월에야 비로소 조선인에 대한 징용령을 발동했을까? ‘강제연행’이라는 폭력적 동원이 대부분이었긴 하지만, ‘돈 벌기 위해 스스로 자원했다’는 사례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일본 근대사 연구자 도노무라 마사루 일본 도쿄대 교수는 자신의 저작 <조선인 강제연행>에서 조선인 강제연행의 전체상을 종합적으로 그려내는 시도를 편다. 이 책은 강제연행의 폭력성 유무를 따지는 수준에서 벗어나, 당시 일본이라는 국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조선에 대한 식민 지배가 어떤 구조로 이뤄졌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지은이는 노무동원이나 징용 과정의 강제성이나 폭력성 논의를 떠나, 동원의 제도와 구조에서부터 차별, 심각한 ‘인권 침해’가 핵심적인 문제였다고 짚는다. 애초 조선인이 일본으로 오는 것을 꺼리고 규제했던 일제는, ‘내지’의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조선인 노동자들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노무동원계획’(1939~1941)과 ‘국민동원계획’(1942~1945)이 그 기초 계획이다. 그러나 동원 계획만 내놨을 뿐, 뒷받침이 되는 규정, 제도, 체제 등이 아무것도 없었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일본인의 차별, 언어불통,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총체적인 인권 침해 상황이 벌어졌고, 분쟁과 쟁의도 빈발했다. 기피자와 도망자가 급증했다. 일본인 대상의 노무동원도 있었지만, 조선인처럼 대우가 열악하지 않았고 동원과 관련된 여러가지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어 있었다고 지적한다.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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