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숙 지음/민음사·2만4000원 근대 국가는 정치적·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유형의 공간’을 창출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한정숙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의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는 유형자들이 남긴 기록과 행정 기록 등을 바탕으로 삼아 제목 그대로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지은이가 밝힌 대로 “국가가 구성원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한 탐구”이면서도, “지배받는 자의 생명력이 지배하는 자의 권력에 대해 거두는 작은 승리와 그것이 내는 파열”까지도 관찰한 책이다. 러시아에서는 16세기 즈음에 유형이라는 형벌 제도가 법적으로 명시됐다고 보는데, 그것은 정치적으로 범법자를 격리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식민지를 운영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고 한다. “물질은 퍼 담고 인간은 내다 버리는”, ‘식민’과 ‘징벌’을 모두 수행하는 곳이었던 셈이다. 이것이 비약적으로 확대됐던 것은 1821년 요새 건설에 동원됐던 경범죄자들과 부랑자들도 모두 시베리아로 보내면서부터다. 중노동 유형수들은 광산, 건설, 산업 노동에 동원됐고, 정배 유형수들은 농업 이민자 대우를 받으며 식민지 개간에 투입됐다.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의 ‘예기하지 않았다’. 시베리아 유형에서 돌아온 남자 유형수와 그 가족의 예기치 못한 해후를 그렸다.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미술관 소장.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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