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까지 중국 문물이 유럽 앞서
영국 산업혁명이 ‘대분기’ 역전 계기
“자연을 지배할 의지와 능력” 주목
‘유럽중심주의’ 비판 회피할 논리 갖춰
영국 산업혁명이 ‘대분기’ 역전 계기
“자연을 지배할 의지와 능력” 주목
‘유럽중심주의’ 비판 회피할 논리 갖춰
조엘 모키르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에코리브르·3만6500원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중세를 근대로 전환시키는 데 큰 구실을 한 것으로 인쇄술, 화약, 나침반을 꼽았다. 여기에 종이를 더하여 인류 문명의 4대 발명품이라고 꼽는 이들이 많다. 네 가지 모두 중국에서 발명한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서양과 마주한 중국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1842년 영국과 벌인 아편전쟁에서 상하이를 점령당하고 결국 난징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은 서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생화학자이자 과학사가였던 조지프 니덤(1900~1995)은 중국의 과학기술사를 연구해, 고대와 중세 중국에서 일어난 발명과 발견이 유럽을 능가하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니덤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이라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는데,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중요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중국의 과학 기술은 오래 전에 이미 높은 수준에 올랐는데, 왜 유럽에 뒤처지고 말았는가?’ 이른바 ‘니덤의 질문’이다. 중국 경제학자 린이푸는 1995년 ‘왜 산업혁명은 중국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라는 논문에서, 중국이 ‘경험에 기초한 기술 발명’으로부터 ‘과학과 결부된 실험에 기초한 기술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험에 기초한 기술 발명에서는 인구 규모가 발명의 속도를 좌우하는 까닭에 과거에는 중국이 앞설 수 있었지만, 유럽에서 17세기 과학혁명이 일어난 뒤에는 중국이 뒤처지게 됐다는 것이다. 린의 주장은 그렇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미국의 중국사학자 케네스 포메란츠가 2000년 ‘중국과 유럽, 그리고 근대 세계 경제의 형성’이라는 부제가 달린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니덤의 질문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대분기는 중국과 서양 사이에 생활 수준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을 말한다. 포메란츠는 대분기의 시점을 1750년대 중반쯤으로 본다. 그는 대분기의 이유로 ‘석탄’과 ‘신대륙 자원’ 확보라는 행운을 꼽는다. 영국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석탄(노천탄광) 덕분에 증기기관의 발명 및 이용, 공업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신대륙의 원면, 설탕, 담배, 목재, 은을 확보함으로써 인구 증가에 따른 자원 압박을 극복하고 근대적인 경제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포메란츠는 서구 학계의 유럽 중심론에 대해 강력한 이의제기를 해온 ‘캘리포니아 학파’의 대표주자다.
제임스 에크포드 로더가 그린 <제임스 와트와 증기기관: 19세기의 여명>(1855년)은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술인 증기기관을 만든 제임스 와트가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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