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7년(전7권)
정찬주 지음/작가정신·각 권 1만5000원
“이순신 장군은 임금의 신하가 아니라 백성의 신하였습니다. 충무공은 원래 문과 공부를 했지만 결혼 뒤 처가가 있는 전라도 보성에 가 살면서, 왜적 때문에 집을 잃고 유랑하는 백성들을 보고 무과로 전공을 바꿉니다. 무인이 돼서 백성을 지키겠다는 생각에서였죠. 선조와 갈등을 빚고 하옥돼 죽을 정도로 고문을 받았으면서도 풀려나서는 백의종군에 나서고, 마지막 열두척 전함을 바탕으로 끝내 전쟁에서 승리한 것도 모두 백성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었죠.”
이순신과 임진왜란을 다룬 대하소설 <이순신의 7년>(전7권)을 낸 소설가 정찬주(사진)는 “이순신이야말로 한국인의 아버지상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내고 8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순신은 부하 장졸들과 허심탄회하게 막걸리를 나누고, 낮은 계급인 부하가 상을 당해도 직접 문상을 갈 정도로 아랫사람들을 챙겼다”고 말했다. <이순신의 7년>은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백성들의 충의와 애국심을 결집시키는 구심점이 된 충무공 이순신과 주변 인물들의 투쟁과 승리의 드라마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소설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작가가 동원한 장치 중 하나가 인물들로 하여금 각 지방 사투리를 쓰도록 한 것이다. 충청도 아산 출신인 이순신은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평안도 출신인 서산대사는 평안도 사투리를, 이순신의 부하들은 출신 지역에 따라 호남 또는 영남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그렸다. 가령 1권 말미에서 이순신은 한양 쪽을 향해 서서 이런 독백을 한다. “이제 신은 싸울 준비를 다 혔구먼유. 전하께서 명을 내리신다면 워디라도 달려가 목숨 바쳐 지키겠구먼유. 의지헐 데 읎는 백성을 구할 거구먼유.”
임진왜란 당시인 16세기 말 지역 말투와 지금 사투리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순신이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충청도 사투리 구사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순신 장군이 백성과 함께한다는 소설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도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또 “전쟁의 승패 등 거시적 관점뿐만 아니라 당시 복식사와 음식 문화 등 미시사에 해당하는 부분도 꼼꼼한 고증을 거쳐 사실성을 높이려 했다”고 소개했다.
<이순신의 7년>은 전남도청 홈페이지에 2015년 1월부터 2017년 말까지 3년 동안 연재했다. 작가는 “이낙연 현 총리가 의원이던 시절 내가 사는 화순 거처에서 만났을 때 내가 이순신에 관해 10여년간 연구하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다가 도지사에 당선한 뒤 연재 제의를 했다”며 “도청 홈페이지에 소설을 연재한 것은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내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글·사진 최재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