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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보통사람의 땀과 피로 쓴 유럽근현대사

등록 2018-03-15 19:46수정 2018-03-15 20:09

유럽민중사-중세의 붕괴부터 현대까지
윌리엄 펠츠 지음, 장석준 옮김/서해문집·2만원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가 ‘아래로부터 미국 역사’를 대표한다면, <유럽민중사>는 그에 필적하는 ‘아래로부터의 유럽 역사’이다. ‘현대 유럽의 인민사’라는 원제가 말해주듯이, 현재의 유럽을 건설한 민초들의 땀과 피를 기록한다.

중세 이후 유럽을 바꾸고 진보시킨 큰 사건들인 종교개혁, 30년전쟁, 영국혁명, 프랑스혁명, 산업혁명, 1848년 유럽혁명과 파리코뮌,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노동운동, 1차대전과 러시아혁명, 파시즘과의 투쟁, 냉전, 동구권 붕괴가 민중의 희생을 동력으로 성취된 것임을 보여준다.

중세를 붕괴시킨 결정적 사건인 종교개혁은 마르틴 루터에 의해 본격적으로 촉발됐으나, 이미 한 세기 이전에 얀 후스의 영감을 받은 보헤미아의 타보르파 운동이 있었다. 기독교 공산주의라 할 수 있는 타보르파 운동은 무장병력 1만8천명 중 1만3천명이 살육당하며 분쇄됐으나, 이미 유럽의 중세를 해체하는 동력을 예고했다. 한 세기 뒤 종교개혁을 주도한 루터와 장 칼뱅은 로마 가톨릭 교회를 반대하는 것 이상을 요구하는 농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무력진압을 옹호했다. 루터와 칼뱅은 자신들이 폭도라 부른 재세례파라는 더 근본적 개혁운동에 참여한 다수 민중을 희생시킨 과실을 향유했다.

노동계급사 연구자인 저자는 민중사에서도 가장 조명을 못 받는 여성의 역할을 모든 대목에서 짚는다. 프랑스혁명 때도, 파리코뮌 때도 가장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개혁을 요구했던 것은 여성이었고, 파시즘 등 거대한 반동의 물결에서 가장 큰 희생은 여성이 치렀다. 교과서에서 배운 사건 연대기 지식만 있다면, 그 사건들이 의미하는 유럽 역사의 속살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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