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울프 지음, 장경덕 옮김/은행나무·1만7000원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었다고 한다. 2016년 11월8일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이자, 부정직한 힐러리 클린턴의 희생자’가 되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아내 멜라니아는 ‘눈에 띄지 않고 식사할 권리’를 빼앗겼다며 슬퍼했다. 누구도 트럼프의 백악관을 상상하지 못했을 때부터 트럼프 당선 후까지, 저자는 18개월 동안 <위대한 전환>이란 책을 쓴다며 트럼프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여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지 언론이 내용을 샅샅이 발라내 대서특필했고,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쪽 만남은 반역적이며 비애국적”이라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발언으로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가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책을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은 더 불어났다. 미국에서 일주일만에 140만부가 팔려나갔고 35개국에 번역됐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질 ‘문제작’이다. <화염과 분노>에는 충돌과 격변의 백악관이 고스란히 담겼다. 매일 밤 텔레비전 3대를 켜놓고 채널을 돌리며 전화통을 붙잡고 내각들 흉을 보는 트럼프. 독살당할까 두려워 칫솔을 직접 관리하거나 맥도날드 햄버거를 즐기는 안쓰러운 인간 트럼프의 모습도 그려진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향한 맏딸 이방카의 야망과 트럼프 발목을 잡은 러시아 게이트 뒷얘기는 미국 정치의 민낯을 확인할 기회다. 저자는 백악관에서 쫓겨난 배넌 이야기에 분량을 할애하며 트럼프의 행보를 헤아린다. 저자가 예측한 백악관 내부자들의 권력 암투가 하나둘씩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섬뜩하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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