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시인 겹낱말 시집 ‘동심언어사전’
겹낱말 316개 표제 시로 노래해
“말속에 담긴 지혜와 상상력 만나보세요”
겹낱말 316개 표제 시로 노래해
“말속에 담긴 지혜와 상상력 만나보세요”
이정록 지음/문학동네·1만6500원 “낱말과 낱말이 만날 때,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과 즐거움, 흥, 능청이 생겨납니다. 책 제목을 ‘동심언어사전’이라 한 게 그 때문이죠.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말도 그 안에는 슬쩍 눙치고 넘어가는 게 있어요. ‘그 사람 숟가락 놨다메!’ 같은 말이 그런 식이죠. 그래서 이 책에 묶인 시들은 전반적으로 명랑한 편입니다.” 이정록 시인이 순우리말 복합어 316개를 표제로 삼은 시를 묶은 시집 <동심언어사전>을 펴냈다. ‘가갸날’부터 ‘힘줄’까지, 순우리말로 된 낱말 둘 이상이 합쳐져 새롭게 만들어진 ‘겹낱말’, 그러니까 복합어들이 모였다. 가령 이런 식이다. “굴뚝연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누군가의/ 차가운 등짝을/ 덥히고 왔기 때문이지”(‘굴뚝연기’ 전문) “나비는 꽃밥상에서/ 꽃받침대까지가 한 살이다./ 평생 꽃놀이다./ 꽃가마 타고 가다가/ 꽃상여에서 내린 거다.”(‘꽃잠’ 부분) 시집을 내고 14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이정록 시인은 “2016년 정초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 남짓 사이에 200편이 넘는 시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겹낱말 시뿐만 아니라, 당시 집중하고 있던 청소년 시를 포함해 한 해 동안 무려 500편 정도를 쓴 것 같다”고 돌이켰다. 시마(詩魔)에 들린 것이다. “2016년 1월2일 오후 충남 홍성 결성향교에서 열린 ‘만해문예학교’ 첫 시간이었어요. 연세 지긋한 분에게 동시를 설명하느라 ‘콧방귀’와 ‘황소걸음’을 예로 들다가 시마란 놈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지요. 영감이 오는 게 반갑긴 했지만,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 같아 주저했어요. 시인이 얼추 3년 동안 시 50편을 써서 시집 한권을 내는데, 사전이라면 4~500편은 써야 하지 않겠어요? 그 세월에 겁이 난 거죠.” 서울 인사동으로, 공주 마곡사로 두어 주 동안 도망을 다녔다. 쓰지 않으려고. 그래도 시마는 뿌리쳐지지 않았다. 입으로 겹낱말 시를 쓰던 그에게 사람들은 어서 시로 쓰라고 재촉했다. “어느 날 보니 저도 모르게 침대에 엎드려 시를 쓰고 있더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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