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철학적 정치를 말하다-국가, 법, 정의란 무엇인가
백승영 지음/책세상·2만5000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사진)는 스스로 자신의 철학을 완결된 형태로 체계화해 드러낸 적이 없거니와, 그의 철학에 대한 후대의 풀이도 ‘정치적 귀족주의자’, ‘나치즘과 파시즘의 사상적 토대’, ‘반민주주의자’, ‘급진적 민주주의자’ 등 극과 극을 오가며 다양하고 모순적으로 엇갈린다. 때문에 이런 니체의 철학으로부터 개인과 국가, 정치와 사회, 법과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실천철학까지 찾아내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인지 회의가 제기될 수 있다.
니체전집의 번역자이자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니체 전문가로 손꼽히는 백승영 홍익대 초빙교수가 최근 펴낸 <니체, 철학적 정치를 말하다>는 니체의 실천철학에 오롯이 집중한 연구서다.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2005)에서 니체의 철학을 나름의 관점으로 ‘체계화’했던 지은이는, 이번 책에서 ‘철학적 정치’라는 개념을 통해 니체의 실천철학을 체계화하려 시도한다. 니체가 법, 국가, 사회 체제, 정의 등의 주제를 다룰 때 그것의 구체적 실행 절차나 현실적 장치, 제도의 측면 등에는 거의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니체에게 ‘정치’는 권력 창출이나 현실적 지배를 위한 정치적 실천술이 아니라, 인간을 건강하게 만들고 국가와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교육적 기획”이었다며, 이런 니체의 실천철학 전체를 ‘철학적 정치론’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니체 철학의 핵심을 ‘긍정의 철학’으로 파악하는 지은이는 ‘철학적 정치론’으로서 그의 실천철학 역시 그 궁극적인 목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고 본다. ‘힘에의 의지’란 핵심 개념을 서구 전통적인 ‘결정론’에 대항하는 ‘관계론’으로 보는 해석이 그 배경에 깔린다. 니체는 이 세계의 본질이 힘에의 의지‘들’이 긴장과 갈등을 벌이는 관계체라고 봤는데, 그것은 상대의 절멸이 아니라 다방향의 협조를 구하는 ‘열려 있는’ 구조라는 풀이다. 때문에 니체에게 개인은 ‘공동체적 개인’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개인들이 전체와 상호 작용을 벌이는 공동체로서 국가 역시 하나의 유기체가 된다.
중요한 것은 니체가 개인-국가의 관계를 서구 근대의 전통인 자연권에 근거한 ‘사회계약론’에 기대지 않고, 이에 대항하는 ‘힘경제적 계약’으로 파악한다는 점이다. 니체는 계약을 준수할 수 있는 ‘건강한’ 주권적 존재와 그럴 수 없는 ‘병리적’ 존재를 구분한다. 때문에 개인에게는 자기 지배력을 갖춘 주권적 개인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가, 국가에는 그런 건강한 개인을 길러내야 할 과제가 주어진다. 지은이는 이런 철학이 후기 니체가 제시한 ‘위대한 정치’라는 기획, 곧 “정신적 귀족성을 갖춘 건강한 개인을 키워내는” ‘교육국가’를 건설하는 기획으로 나아갔다고 짚는다.
특히 지은이는 이 같은 니체의 실천철학이 일각의 풀이처럼 선택받은 소수 계급의 형성과 그들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되레 “개인 권리에 대한 본질주의적이면서 절대적인 요청을 ‘공동의 나’와 ‘공동의 우리’에 대한 인식으로 대체하고, 상호 의존과 상호 교환과 상호 책임을 인간의 자연성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현대 정치철학이 봉착한 여러 문제에 대한 답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최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