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제니퍼 다우드나·새뮤얼 스턴버그 지음, 김보은 옮김/프시케의숲·2만2000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불과 5~6년 만에 유전자를 다루는 과학의 풍경을 엄청나게 바꾸어놓았다. 빠르고 간편하고 정확하게 세포 안 디엔에이(DNA)를 자르고 바꾸는 유전자 가위 분자(‘크리스퍼/캐스9’)의 등장 이후에, 유전자 연구의 속도와 범위는 전례 없이 빨라지고 넓어졌으며, 새로운 유전형질의 동식물이 잇따라 출현했다. 최근엔 난치 유전질환의 치료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 한복판에 있는, 크리스퍼 아르엔에이(RNA)와 캐스9 효소의 복합체 ‘크리스퍼/캐스9’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분자의 개발 주역인 미국 생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는 다른 연구자와 함께 쓴 <크리스퍼가 온다>에서, ‘지피에스’, ‘미사일’, ’스위스 군용칼’로도 비유되는 크리스퍼 분자의 탄생 과정을 자세히 들려준다. 본래 박테리아의 면역방어 시스템이던 것을 간편한 ‘유전자 편집’ 분자로 설계하고 제작하기까지 연구진이 거쳐온 협력과 경쟁, 발상의 전환과 도전, 발견의 이야기다. 드라마 같은 서사는 절제하고 실험실 풍경과 실험 과정을 찬찬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생물학 교양도서다. 책의 절반은 연구진이 느끼는 사회적 책임을 보여준다. 다우드나는 유전자 가위에 관한 사회적, 윤리적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온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우생학 우려, 생식세포 연구 논란, 유전자 빈부격차 등에 관한 쟁점과 고민을 담았다. “이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 결정하는 일이야말로 인류가 대면한 적 없는 가장 큰 도전일 것이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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