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외 지음/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1만6000원
김학수 외 지음/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5만원 조선 현종 때 증광문과 시험에 나아간 박세당(1629~1703)은 국가 재정 운영의 원칙을 묻는 문제를 만났다. 그는 답안에 “백성이 풍족한데 임금이 누구와 풍족하지 않을 수 있으며, 백성이 부족한데 임금이 누구와 풍족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썼다. 왕실의 축재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그는 ‘하찮은 세금일지라도 전부 재정 담당 부서가 관장해 왕실의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왕의 입장에서 언짢을 수도 있을 법한 답이었지만, 박세당은 장원으로 합격했다. 과거 시험이 단순한 ‘글잔치’가 아니라 국가 경영의 현안을 치열하게 주고받는 자리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과거제도는 신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능력사회’로의 전환을 끊임없이 추구했던 조선 사회의 특징을 잘 드러내어주는 제도다. 과거시험에서 작성한 문장(‘제술’)과 그 채점 결과(‘강지’)를 담은 ‘시권’은 이 같은 과거 제도의 다양한 면모를 잘 전해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최근 각종 시권류 67종, 문집에 수록된 대책류 23종을 합해 전체 90종의 시권을 역주한 <조선시대 시권-정서와 역주>와, 시권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담은 책 <선비의 답안지>를 함께 펴냈다.
정조의 친시에 나아간 다산 정약용의 시권 ‘오객기’. 다섯 종류의 새를 소재로 삼아 인재 등용의 방향을 논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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