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태 글, 이유정 그림/너머학교·1만5500원 성서는 3000여년에 걸쳐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기록한 책이기 때문에, 무조건 하나의 틀에다 집어넣어 해석하려다간 그 뜻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 때문에 성서를 읽을 때,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를 충분히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신학자이자 종교학자 손기태가 쓴 <성서-삶의 진실을 향한 무한 도전>은 성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곱씹는 방식으로 성서를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예컨대 ‘창세기’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해놓고, 왜 곧바로 아담과 하와의 에덴동산 추방, 동생 아벨을 죽인 형 카인, 대홍수와 바벨탑 등 실패의 역사를 늘어놓는 것일까? 지은이는 성서가 하나님 같은 절대자가 되려고 하는 인간의 열망(‘휘브리스’)과 그로 인해 살육과 파괴를 서슴지 않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본다. 하나님은 왜 이스라엘 민족을 선택했을까? 유혹에 시달리고 탐욕에 빠지는 등 다른 민족과 다를 것 없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약자와 타자를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설파한 예수의 ‘무한 도전’은 그가 십자가에 못박힘으로써 실패했던가? 제자들에게 이어진 그의 뜻은 온 인류에게 복음으로 퍼져나갔다. 지은이의 성서 읽기는 그동안 성서에서 인종적 편견, 계급 차별, 배타적 민족주의, 종교와 정치의 결합 등을 찾아냈던 시선들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그리스도교의 근본 가르침인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 부합하도록” 성서를 읽으라고 권한다. 성서는 자기 정당화의 수단이 아니라, 자기 성찰의 거울이라는 얘기다. 청소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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