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작품 <스페이스 보이>로 세계문학상 받은 신인 작가 박형근씨.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소설을 쓰는 사람이 다른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할 이야기가 없는데 단순히 글쓰기 기술로 별것 아닌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건 싫구요. 소설을 쓰기 위해 굳이 연습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감 자체가 텍스트니까, 그냥 쓰면 되잖아요.”
당돌한 신인이라 할까. 장편 <스페이스 보이>(나무옆의자)로 5천만원 고료 제14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박형근(37)은 그간 보아왔던 ‘문학청년’과는 전혀 달랐다. 4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쓰고 싶은 소재가 있으니까 소설을 쓸 뿐, 소재가 떨어지면 억지로 쓸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이번 책이 잘 팔려서 큰 돈을 벌고 소설만 써서도 먹고살 수 있겠다 싶으면 계속 쓸지도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스페이스 보이>는 지구에서의 삶에 불만을 지닌 채 모든 기억을 지우고자 우주로 떠난 주인공 남자 김신이 우주 공간에서 열흘 남짓 기묘한 경험을 하고 지구에 돌아와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지구와 다를 게 없는 우주와 그곳에서 만난, 인간 형상을 한 ‘외계인’은 기억과 현실의 관계, 지구인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고차원 외계 문명의 가능성 등에 관해 흥미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우주 여행에서 돌아온 김신이 지구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 연예산업의 한복판으로 휘말려들어갔다가 절정에서 추락하는 소설 뒷부분 이야기는 연예산업의 이면과 경박한 세태에 대한 야유를 담았다. “눈을 뜨자 매스꺼움이 몰려왔어./ 눈꺼풀은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고.”처럼, 대화투 또는 힙합 가사 같은 문체가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저는 스토리와 소재가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소설을 쓰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요. 일단 쓰고 난 뒤 문장을 가다듬어 리듬감을 살리는 게 저한테는 더 큰 일이죠. 어떻게 하면 가장 간결하고 빠르게 읽힐까를 염두에 두고, 조각하듯 문장을 깎고 다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 당돌한 신인이 대학(서울예대 문창과) 시절부터 구상해 두었던 소재는 세가지. 그 가운데 인터넷 지식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는 2011년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작 <20세기 소년>으로 풀어냈고, 기억의 문제를 다룬 게 이번 책 <스페이스 보이>다. 마지막 청춘물을 쓴 뒤에도 그가 소설을 계속 쓸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확실치 않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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