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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투 시대’ 아들 성교육, 고민되시죠

등록 2018-04-05 19:29수정 2018-04-05 20:49

남자 성충동 당연하다? 고정관념 전복
“페미니즘 교육일 뿐”vs“필요한 교육”
새로운 교육하려는 부모 관심 반영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성교육 전문가 엄마가 들려주는 44가지 아들 교육법/손경이 지음/다산에듀·1만4000원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양육자를 위한 초등 남아 성교육서 /김서화 지음/일다·1만5000원

‘미투 시대’를 맞아 출간된 남자 아이 성교육서 2권. 독자 반응은 양쪽으로 뜨겁다. ‘손 놓고 있었는데, 요즘 일들을 보면 (성교육이) 중요하다 싶다’ ‘성교육이 아니라 페미니즘 교육(…) 저걸 자기 아들한테 하다니 세상에’(알라딘 댓글) 등등. 무조건 몸조심하라는 기존의 성폭력 예방교육의 내용을 전복한다는 측면에서 이 두 권은 파격이다. 두 책의 지은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51세기형 엄마’ 손경이 “반응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17년 동안 연 350여건에 이르는 강의를 해온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씨. <세계 최초의 엄마와 아들의 섹스토크-엄마와 나>(닷페이스), <엄마와 아들의 성고민 상담소>(프란)에서 40대 손씨와 20대 아들은 모자간의 솔직한 ‘성적 대화’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지난 4일 밤, <티브이엔(tvN)>의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그와 본방송이 끝난 직후 여러번 시도 끝에 어렵사리 통화할 수 있었다. 강의차 제주도에 왔다는 그는 “주변에서 축하와 감사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꾸준히 책 출간을 권유했어요. 피해자들과 함께하려는 뜻에서 ‘위드유’(#WithYou)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책을 냈죠.”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은 지은이 자신이 “직접 실천해 성공을 거둔” 아들 성교육법 44가지를 담았다. 아들을 남자답게 키우는 시대는 끝났으며 오히려 ‘남자다움’이라는 편견이 젠더 감수성에 문제를 가진 수많은 남자들을 양산했다고 지은이는 말했다. △성교육은 태어나자마자부터 해라 △스킨십을 할 때 허락을 맡아라 △아들에게 소변을 참는 연습을 시켜라 △내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등의 방법론은 ‘미래형 아들 성교육법’이란 반응이 많다. 시청자가 붙여준 그의 별명도 그래서 “51세기형 엄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편은 나를 존중하지 않았어요. 그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발품 팔아가며 끈질기게 공부했습니다. 누구나 젠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는 지금 광운대 범죄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지은이 김서화씨(왼쪽)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을 쓴 손경이씨. ‘미투 시대’ 달라진 아들 성교육법에 대한 접근이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다산에듀 제공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지은이 김서화씨(왼쪽)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을 쓴 손경이씨. ‘미투 시대’ 달라진 아들 성교육법에 대한 접근이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다산에듀 제공

“남자들을 위해 책을 썼는데 오히려 여성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어요. 자신의 엄마가 (성폭력 피해자인 딸에게) 비난을 했는데 이번에 사과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여성끼리 화해하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어요. 제겐 극찬이죠.”

페미니스트 엄마 김서화 “저도 성교육책을 많이 봤는데 현실에 바로 적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더라구요. 젠더 문제를 깊숙이 다룬 이유입니다.” 아이가 1학년 때부터 고학년이 될 때까지 나눈 모자의 ‘성적 대화’를 모티브로 한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지은이 김서화(서울대 여성학협동 박사과정)씨를 5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이 책은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여성주의 저널 일다(www.ildaro.com)에서 ‘초딩 아들, 영어보다 성교육’이라는 제목으로 큰 인기를 얻은 칼럼을 모아 대폭 다듬은 것이다. 아들 성교육을 할 때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엄마의 혼돈과 갈등, 사회의 성적 편견을 두루 담았다. 자녀가 성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공포심이 생기는 엄마, ‘아들’이라는 말 앞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부모라면 큰 도움을 얻을 성싶다.

예전 부모들이 아들의 성공적인 ‘남자 되기’를 돕기 위해 방에 고급 화장지를 놓아주었다면 지금은 달라졌다. 김서화씨는 “사내다움에 대한 강압과 억압을 거부해도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페미니즘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싸내는 (여자한테) 맞고 아프다고 하면 안 되는 거”라며 따박따박 말 잘하는 ‘초딩 아들’과 “(그건)상대 여자애의 힘을 무시하는 일이며 자기 스스로를 무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페미니스트 엄마. 둘의 치열한 논리 싸움이 심지어 흥미진진하다. 지은이는 자녀를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 애썼다. “아이에게 스스로 표현할 줄 아는 권력, 말해도 되는 권력을 주는 것이 중요해요.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싫어요’라는 ‘자기 표현’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미투 시대의 아들 성교육 두권의 ‘아들 성교육서’는 대화를 강조한다. ‘불편한 진실’을 다루기에 반발도 있지만 ‘미투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교육을 하려는 엄마·부모들의 호응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나임윤경 교수는 “성은 가장 사적인 것이기에 가장 정치적인 것이고, 그 성찰이 지금의 ‘미투 운동’으로 터져나와 변화된 교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았다. “지금까지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공적인 제도와 규칙을 바꿨지만 사적인 관계까지는 건드리지 못했다. 성폭력은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데, 이때 자기 입으로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민주적 토론을 하면서 공동체에서 그 생각이 승인되는지 아닌지 경험한다. 이 시대 엄마들이 민주적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페미니즘 페다고지’(교수법)에 관심을 두는 것도 당연하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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