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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는 지하감옥’ 노예선 잔혹사

등록 2018-04-12 19:23수정 2018-04-12 19:24

노예선-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갈무리·2만6000원

15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대서양 너머 ‘신대륙’으로 끌고 간 흑인 노예는 14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노예들의 주검까지도 철저히 상품으로 취급했다. 미국 역사학자 마커스 레디커의 <노예선>은 300년 넘게 존속된 흑인 노예제와 이를 토대로 자본축적을 가능하게 한 ‘노예선’에 주목한 역작이다. 지은이는 특히 18세기 이후 100여년간 노예선에 함께 탔던 선장·선원·노예들의 삶과 죽음, 공포를 항해일지와 생존자들의 기록 등을 토대로 냉혹할 만큼 사실적으로 재구성한다.

노예선은 “물 위를 떠다니는 지하 감옥”이었다. 항해 내내 상어가 주변을 맴도는 바다는 ‘유동하는 무덤’이었다. “중간항로(서부 아프리카~서인도제도)는 극심한 테러와 대량학살의 장소”였다. 1781년 “470명의 빼곡히 쌓인 ‘노예 화물’을 운반하던” 노예선에서 역병이 돌았다. 적자 항해를 우려한 선장은 보험 보상을 노리고 이틀 동안 122명 노예의 손을 묶어 바다로 던져버렸다. 공포에 질린 채 숨어서 지켜보던 노예들이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다.

악천후와 조난, 선상 반란 등에 대한 공포 탓에, 폐쇄된 세계의 규율은 극히 엄격하고 폭력적이었다. “선장이 선원들을 괴롭히면 선원들은 노예를 고문했다.” 노예들의 저항(누가 ‘반란’이라고 하는가?), 무자비한 진압과 보복이 되풀이됐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독자들이 피로 얼룩진 자본주의의 부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이에 대항한 용감하고 다면적인 (노예들의) 저항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노예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항해 중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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