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샴 마타르 지음, 김병순 옮김/돌베개·1만5000원 트로이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텔레마코스처럼, 그도 20년 넘게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적어도 자기 집에서 서서히 나이를 먹어가는 아버지처럼 그런 어떤 행복한 남자가 있기를 바랐”다는 데서 두 아들의 꿈은 일치하지만, 아버지와 감격적 상봉을 이룬 텔레마코스와 달리, 마타르의 아들 히샴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떠나야 했다. <귀환>은 리비아 출신의 소설가 히샴 마타르가 독재자 카다피에 맞서 싸우다 납치·투옥된 이래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으러 33년 만에 리비아로 돌아와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2017년 퓰리처상(논픽션 분야)을 수상했다. 1969년 야심만만한 27살의 군인 카다피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시인이자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짧은 외교관 생활을 거쳐 반체제인사로 변모한다. 히샴 가족은 가까스로 1979년 리비아를 탈출했지만 1990년 아버지는 카이로에서 납치되고 세 통의 편지만을 전한 채 소식이 끊긴다. 1996년 수감자 1270명을 죽인 아부살림 교도소 대학살 때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만 같다. 아버지의 행적을 찾아가는 히샴의 발길을 좇다 보면, 아랍제국·오스만제국을 거쳐 이탈리아의 가혹한 식민통치를 받고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카다피를 몰아내기까지 비극으로 점철된 리비아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 독립운동을 펼쳤던 할아버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아버지, 그리고 이들의 뿌리를 더듬어가는 히샴 등 ‘리비아 3대’ 가족 이야기는 지은이의 예술적 상상력과 사색에 실려 격조있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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