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 드 토크빌 지음, 이용재 옮김/아카넷·1권 3만2000원, 2권 3만원 알렉시 드 토크빌(1805~59)은 프랑스 혁명의 격동기를 살았던 정치철학자이자 역사가이다. 그가 신생 미합중국(1776년 건국)을 1년간 여행하고 돌아와 저술한 <아메리카의 민주주의>(프랑스어판 원제는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에 대하여’)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옹호한 정치사상의 고전으로 꼽힌다. 1835년에 첫째 권을 쓴 데 이어, 1840년에 둘째 권을 냈다. 이 명저가 대우고전총서 시리즈의 하나로 완역돼 나왔다. 토크빌의 원저는 앞서 1997년 한길그레이트북스가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1, 2권 전체를 완역본으로 낸 바 있으나 영어판을 중역한 아쉬움이 있었다. 다른 출판사들이 낸 한 권짜리 축약 번역본도 3종에 불과한데다 원저의 방대함에 견주면 너무 빈약하다. 이번 책은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프랑스 사회사와 정치사상을 공부한 이용재 전북대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프랑스어판 정본을 3년에 걸쳐 온전히 우리말로 옮긴 것이어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토크빌이 5년의 시차를 두고 쓴 책의 1권과 2권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도 흥미롭다.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부터 집중적으로 1권을 쓸 당시만 해도 그는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지 60년밖에 안 된 미국의 자유와 평등, 정치적 역동성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고양돼 있었다. 이는 프랑스에서 봉건왕정과 세습신분제를 무너뜨린 부르주아 혁명의 기운과 궤를 같이했다. 그러나 지방의회 의원으로 선출돼 현실정치에 참여한 뒤 쓴 2권에선, 미국의 개인주의, 노예제, 원주민 추방, 물질적 안락 추구 등이 민주주의와 공공성에 미친 부정적 영향들에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옮긴이 이용재 교수는 “이 책이 마치 상·하 양 권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은 전혀 다른 책이라고 봐야 한다. 애초 토크빌은 두 권의 책 제목도 달리 붙였는데, 첫 권의 대성공에 고무된 출판사가 두 번째 책에도 같은 제목을 달았다”며 “원서 직역본이 처음으로 나온 만큼 토크빌의 정치사상에 대한 진정한 연구와 논의를 이제 시작하게 된 셈”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앞서 2013년 토크빌의 만년 저작인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1856년)의 완역본을 낸 바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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