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한비야 외 5인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1만원
한비야 외 5인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1만원
잠깐독서
이 책은 언뜻 보면 흔하디 흔한 유명인들의 이야기나 글 모음집 같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특히나 <한겨레>나 <한겨레21>의 독자들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우선 표지에 등장하는 지은이들의 이름과 얼굴이 매우 친숙하다.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이윤기(소설가 겸 번역가), 홍세화(<한겨레> 기획위원),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교수),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오귀환(콘텐츠 큐레이터). 모두 두 매체에 자주 등장할 뿐더러 상당한 고정팬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컬럼니스트들이다. 워낙 낯이 익다보니, 기존의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인가 싶어 새삼 다시 읽을 흥미를 못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실린 것은 그들의 글이 아니라 말이다. 지난해 3월 <한겨레21>이 주최한 같은 제목의 인터뷰 특강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시인 문화평론가 방송진행자 등으로 역시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진 김갑수씨 사회로 진행된 이 특강에서 연사로 나선 6명의 육성과 청중들의 반응, 질문과 대답 내용을 수록해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일단 첫 장을 열게 되면 마지막 장까지 막힘없이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다.
하지만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었다’거나 ‘이런 책도 읽었다’는 과시성 독서광이 아니라면, 당장 독후감이나 서평을 마감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라면 이 책을 너무 쉽게 빨리 읽지 말 것을 권한다. 만약 지금 뭔가 새로운 삶의 지표나 자극을 찾고 있는 젊은 독자라면 더더욱 여섯개의 ‘특강’을 날을 바꿔 아껴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한비야-고통을 나누는 상상력, 이윤기-신화의 상상력, 홍세화-자아실현의 상상력, 박노자-새로운 동아시아를 만드는 상상력, 한홍구-과거를 푸는 상상력, 오귀환-문명에서 배우는 상상력. 남다른 실천 체험이나 오랜 지적 탐구와 성찰에서 뽑아낸 연사들의 이야기는 저마다 주는 감동의 색깔과 무게가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자칫 한꺼번에 읽었다가는 뛰는 가슴과 깨인 머리 탓에 날 밤을 하얗게 세우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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