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고구려 유민역사 복원 <장군과 제왕>
인터뷰/고구려 유민역사 복원 <장군과 제왕>쓴 이덕일씨
“당나라 땅에 고구려 유민이 지배했던 독립왕국이 존재했습니다.”
들을수록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그가 들고 왔다. 다 잊혀진 8세기 무렵의 아득한 역사이지만 역사자료 찾기와 중국 현지 답사라는 그의 손품과 발품을 통해 아득한 이야기는 조금씩 ‘역사’로 복원됐다.
“8세기의 산둥반도는 고구려 유민의 후손들이 지배했던 땅이었죠. 후손 이정기의 ‘치청왕국’은 당나라와는 전혀 다른 군사권과 조세권, 관료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발해·신라와 교역을 활발히 해 융성했고 당 황실과는 분명한 적대관계였습니다. 고선지와 이정기 같은 유민의 후손들은 당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역사를 남겼으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잊혀져 있을 뿐입니다.“
고구려 멸망 이후 당나라에 강제로 끌려간 고구려 유민들의 뒷얘기를 복원한 역사서 <장군의 제왕>(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의 지은이인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덕일(44·역사학 박사)씨는 “우리 역사의 잊혀진 대륙성과 해양성을 되찾기 위해 3년 넘게 이 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의 물음은 ‘당나라에 끌려가 중국도 우리도 눈여겨 바라보지 않는 고구려 유민 20만명은 이후에 어찌 되었는가’에서 시작됐다. 조각조각 흩어져 잊혀진 역사를 더듬어가며 복원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제1권 <장군과 제왕 1- 대륙의 별, 장군 고선지>는 고구려 유민의 후손 고선지가 어떻게 세계제국 당의 전성기를 건설하고 지금도 중국인이 숭앙하는 이민족 출신의 ‘전설적 장군’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또 제2권 <장군과 제왕 2- 중원의 고구려, 제왕 이정기>는 60년 가까이 중원의 한쪽 영토를 지배했던 치청왕국과 제왕 이정기에 관한 역사다.
“사료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중국 사료 <구당서>, <신당서>를 바탕으로 하고 여러 인물열전에 조금씩 등장한 유민과 후손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모았지요. 이것들을 다시 이야기로 재구성했지만 모두 역사 사실의 토대 위에 이뤄졌습니다.” 그는 이정기가 치청왕국을 세우고 여세를 모아 당나라 조정을 향해 서진을 기획했던 사실도 찾아냈다. “이정기의 병세 탓에 좌절됐지만, 그의 서진은 당나라 황실을 긴장시키고 낙양엔 피난민까지 생겨날 정도였다고 중국 사료는 전하고 있습니다. 이정기가 10년만 더 살았어도, 중국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르죠.”
그는 이미 이름난 역사저술가다. <조선왕 독살사건>,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사도세자의 고백>,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같은 대중서를 여러 권 저술했다. “책은 저마다 제 운명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선왕 독살사건>의 1998년 초판은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더니 올해 다시 나온 개정판은 호응이 괜찮거든요. 그러고보니, 나는 그저 역사 연구의 산물로서 책에 생명을 불어넣을 뿐이지, 그것이 세상에 나가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내 의지와 무관한 듯합니다.”
그는 재미있는 글쓰기의 비결과 관련해 “형식으로 볼 때 이야기체가 재미를 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며 “책이 말하려는 지향점과 문제의식이 분명해야 하고 독자를 나와 다른 ‘타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 길을 찾아가는 ‘도반’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 강단보다는 ‘역사평론가’로 남기를 바란다는 그는 다음의 역사 이야기로 조선 후기사회에 역동성을 불러일으킨 역관·상인 등 중인들의 삶을 되살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고구려 유민역사 복원 <장군과 제왕> 쓴 이덕일씨
그는 재미있는 글쓰기의 비결과 관련해 “형식으로 볼 때 이야기체가 재미를 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며 “책이 말하려는 지향점과 문제의식이 분명해야 하고 독자를 나와 다른 ‘타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 길을 찾아가는 ‘도반’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 강단보다는 ‘역사평론가’로 남기를 바란다는 그는 다음의 역사 이야기로 조선 후기사회에 역동성을 불러일으킨 역관·상인 등 중인들의 삶을 되살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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