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4·3의 상처를 딛고 평화와 통일로

등록 2018-04-30 16:38수정 2018-05-01 12:00

27~29일 제주 문학인대회 성황리 마쳐
작가회의 소속 문인 300여명 참가
“남북정상 판문점 선언 적극 지지”
2018 전국 문학인 제주대회 첫째 날인 4월27일 오후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국제 문학 심포지엄 ‘동아시아의 문학적 항쟁과 연대’에서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김수열 시인(왼쪽 다섯째)이 발언하고 있다.
2018 전국 문학인 제주대회 첫째 날인 4월27일 오후 제주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국제 문학 심포지엄 ‘동아시아의 문학적 항쟁과 연대’에서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김수열 시인(왼쪽 다섯째)이 발언하고 있다.
“우리 작가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이는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2005년 평양,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문학이 만났던 남북작가대회의 감격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 기억을 기반으로 우리는 새로운 말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남북 공동어문학을 복원하고 창조적 상상력의 영토를 확장하여 통일시대의 문학을 준비할 것이다.”

지난 28일 저녁 제주 한화리조트 연회장에 모인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경자) 소속 문인 300여명은 ‘전국 문학인 제주대회 선언문’을 채택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밝혔다. 27~29일 열린 문학인 대회는 대회 첫날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고무적 성과 덕분에 시종 들뜨고 흥분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심포지엄과 세미나에서도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분석이 오갔고, 저녁 술자리에서는 한결 직설적으로 감격과 흥분을 나누었다.

전국 문학인 대회는 작가회의의 연중 일정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행사다. 4·3사건 70주년을 맞아 ‘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에서 열린 올해 대회는 역대 대회를 통틀어서도 가장 참가자 수가 많고 내용도 알찼다는 평을 들었다. 작가회의 본회와 제주지회 소속 문인들은 물론 전국 지회 및 지부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발표와 토론, 낭독과 공연, 문학기행 등이 이어졌다.

대회 첫날 ‘동아시아의 문학적 항쟁과 연대’라는 이름으로 열린 국제 문학 심포지엄에는 <순이 삼촌>의 작가 현기영의 기조강연에 이어 <전쟁의 슬픔>으로 잘 알려진 베트남 소설가 바오닌,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소설가 메도루마 슌, 대만 시인 이민용과 김형수·오수연·허영선 등의 한국 문인·연구자들이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평화를 위한 전쟁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를 한 바오닌은 “남북 정상의 평화를 위한 회담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전쟁을 통한 통일이란 실제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말을 한국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다. 한국인들이 평화를 통한 통일의 길을 택하는 데에 내 소설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역사의 상처, 문학의 치유’라는 이름으로 열린 4·3 문학 세미나에서는 <한라산의 노을>의 소설가 한림화의 기조강연에 이어 역사학자 강성현과 문학평론가 김요섭·문혜원이 발표를 하고 서영인·박필현·장이지 등 문인들이 토론을 벌였다. 이어 노래패 꽃다지와 놀이패 한라산 등의 공연, 그리고 작가 현기영과 김수열 시인의 4·3 문학토크가 펼쳐졌다. 현기영은 “처음 문학을 지망했을 때에는 반드시 4·3에 관해 쓰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나자 생각이 달라졌다”며 “내 고향 섬의 가장 큰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내가 문학적으로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4·3을 천착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회에 참가한 문인들은 마지막 날인 29일은 4·3평화공원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4·3 당시 봉개리 주민들의 피난처이자 무장대 사령부인 이덕구 부대가 주둔하기도 했던 ‘이덕구 산전’ 등으로 문학·역사기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사흘에 걸친 행사를 공식 마무리했다. 2019년 전국 문학인 대회는 강원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한 작가회의 제주도지회의 이종형 지회장(시인)은 “제주 4·3은 한국 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아픔이자, 무고한 제주 민중의 고통과 희생으로 점철된 역사였다. 이 땅에서 문학을 하는 우리의 시선은 4·3을 건너 여수와 순천을 지나 세월호의 진실을 만나고 5월 광주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며, 나아가 10월 대구항쟁까지 이어지는 역사와 마주하고 있다”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문인들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이런 역사를 거울 삼아 문학적 성찰을 통해 다시금 결기를 다지고 소통과 화합의 계기를 다지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