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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형 그래픽 노블 ‘삼별초’ 단행본 출간

등록 2018-05-01 17:58수정 2018-05-01 19:35

형민우 웹툰 연재 17회분 묶어
정교한 표현·입체적 구성 갖춘 역작
<삼별초> 속 한 장면. 세미콜론 제공.
<삼별초> 속 한 장면. 세미콜론 제공.
한국 만화계에서 형민우 작가의 위상은 눈에 띈다. 1993년 만화 잡지 <소년 챔프> 신인 공모전에서 단편 <치씨부임기>로 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후, 1990년대 후반 정교한 그림체와 진지한 스토리의 <프리스트>로 한국 만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종교에 대해 묵직한 물음을 던진 <프리스트>는 국내에서 50만부, 국외에서 100만부 이상 팔렸다. 2011년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가 지난해 8월 다음 웹툰에 <삼별초> 연재를 시작했을 때 이목이 쏠린 건 당연했다. 2003년 <프리스트> 연재를 중단한 이후 <고스트페이스> <초한지> 등 연재해오던 작품 대신 이번엔 우리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새 작품을 내놓은 것이다. 웹툰이지만 출판 만화를 작업하듯 펜으로 그린 그림은 정교한 세밀화 같았고, 고려시대 때 몽골 제국에 끝까지 저항한 특수부대 삼별초의 이야기는 역사 교과서 속 평면적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형민우 작가의 <삼별초>. 세미콜론 제공
형민우 작가의 <삼별초>. 세미콜론 제공
지난해 말까지 연재한 <삼별초> 17회분을 묶은 단행본 <삼별초1>(세미콜론 펴냄·1만9500원)이 최근 출간됐다. 작가는 본래 출판 만화를 염두에 두고 그렸는데, 컴퓨터 화면에서 스크롤해 내려가면서 보도록 재편집한 웹툰 버전 대신 원본 그대로 대형 판형에 담았다. 칼과 창이 몸을 꿰뚫고 목이 잘려나가는 등 잔인한 장면들도 원본 그대로 실었다. 웹툰에선 부분 모자이크 처리한 장면들이다. 흑백인데도 원고 한 장 작업하는 데 사흘이 걸렸을 정도로 매 장면의 표현이 섬세하다.

내용 또한 파격이다. 주인공은 몽골의 전사 보르츄이다. 그는 전장에서 만난 고려 유민의 아들 바라이를 노예 전사로 키웠다. 보르츄이는 제주도에 왔다가 유럽 원정 전투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바라이를 다시 만난다. 일생일대의 적으로 만난 보르츄이와 바라이는 마지막 사투를 벌인다. 특이한 건 바라이의 처지다. 그는 조국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오직 자신과 동료들의 생존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진다. 단순히 애국충정의 관점에서 바라보던 삼별초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삼별초>는 한국형 그래픽노블이라 부를 만하다. 문학성과 예술성 강한 미국 작가주의 만화를 일컫는 그래픽노블의 장점을 우리 실정에 맞게 살렸다. 보르츄이와 바라이의 재회까지 다룬 웹툰 시즌1에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시즌2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다. 씨제이이앤엠(CJ E&M)이 영상물로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투자에 뛰어들었기에 향후 드라마나 영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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