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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래의 노래’로 켠 시와 사랑의 등불

등록 2018-05-06 15:01수정 2018-05-06 19:13

윤후명·강은교·김형영·정희성…
‘70년대 동인’ 중진 시인 등 20명
동인지 ‘고래2018’ 출간 독회
여전히 젊고 창창한 기개 낭송
지난 3일 저녁 서울 효자동 윤후명 시인의 작업실에서 열린 <고래 2018> 독회에서 정희성 시인(서 있는 이)이 자작시를 낭송하는 동안 윤후명(사진 가운데)과 강은교 시인(윤후명 오른쪽) 등이 듣고 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효자동 윤후명 시인의 작업실에서 열린 <고래 2018> 독회에서 정희성 시인(서 있는 이)이 자작시를 낭송하는 동안 윤후명(사진 가운데)과 강은교 시인(윤후명 오른쪽) 등이 듣고 있다.
“언제부턴가 문단에 이런 모임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 50년간 만나온 우리가 같이 책을 내고 가까운 분들을 모셔서 이런 모임을 한다는 게 참 감개무량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술을 아주 많이 먹어서 폐쇄병동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났습니다만, 우리 동인들이 다들 이렇게 살아 있고 여전히 시를 쓰고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효자동 골목의 크지 않은 공간. 방 주인인 시인 겸 소설가 윤후명이 탁자 주위에 둘러앉은 20명 앞에 섰다. 이 자리는 윤후명과 강은교·김형영·석지현·정희성 시인이 참여하고 있는 ‘70년대 동인’의 동인집 <고래 2018>(문학나무) 출간을 기념해 열린 독회였다. 1969년에 결성됐다가 1973년에 일단 해체됐던 이 동인은 2012년 ‘고래’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였고, 그해 동인 1집 <고래>를 낸 데 이어 2015년과 2016년을 거쳐 최근 네번째 동인집을 내놓았다.

이번호에는 참여하지 않은 석지현 시인을 제외한 나머지 네 동인과 강인한·조창환·감태준·김명지·박규리 시인 등 지인들이 함께한 이날 모임에서는 참가자들이 책에 실린 시를 낭송하고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남주는 시영이나 내 시를 보며/ 답답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뉘 섞인 밥을 먹듯 하는 어눌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터이다”로 시작하는 시 ‘남주 생각’을 낭송한 정희성 시인은 “시대가 밝아지고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듯하니까 옛 생각이 나서 먼저 세상을 뜬 김남주 시인을 떠올리며 쓴 시”라며 “이제까지 내 시에서는 궂은 소리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좀 너그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희성 시인의 숭문고 제자인 조준영 강남대 교수(경영학)도 “고교 졸업 직전에 나온 선생님의 첫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학교 앞 서점에서 샀던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스승의 시 ‘그럼에도 사랑하기를’을 낭독했다.

김형영 시인의 초대로 참석한 김종태 변호사는 “여기 오기 전에 탄생 100주년 문인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특히 관심이 있는 오장환 시인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듣고 싶었는데 이 자리에 늦을까봐 중간에 나왔다”며 김형영 시인의 시 ‘화살시편―돌아보니’를 낭독했다.

이날 독회에서 가장 인기를 끈 시는 동인들을 각각 밍크고래(강은교), 혹등고래(김형영), 수염고래(석지현), 범고래(윤후명), 돌고래(정희성)에 견준 김형영 시인의 시 ‘고래의 노래로 사랑의 등불을 켜다오’였다. 이 시의 다섯번째 연은 어느덧 나이 일흔을 훌쩍 넘기고 활동 기간도 반세기 안팎에 이르는 이 중진 시인들의 여전히 젊고 창창한 기개를 대변하는 것처럼 읽혔다.

“한 번, 우리가 물을 뿜으면/ 바다는 뛰어오르며/ 하늘에 무지개를 내걸고,/ 우리가 눈을 뜰 때면/ 만물의 얼굴이 소생하는 것을.”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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