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규진 지음/추수밭·1만7800원 나폴레옹 3세, 히틀러, 케네디, 김대중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선거로 최고권력을 위임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선거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가 시민이란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지만, 거의 유일하게 선거철에만 보여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정치학자 함규진은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에서 선거를 열쇳말 삼아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민주주의란 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나랏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남보다 나은 사람을 뽑는 선택”이다. 이는 시민 누구나 동등하다는 전제에서 추첨으로 공직자를 뽑던 오래전 민주주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노예가 지배자를 고르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선거 자체가 곧 민주주의는 아니라는 얘기다. 지은이는 20세기 초 가장 진보적이라던 바이마르 공화국이 히틀러의 제3제국에 자리를 내어 준 이유, 고대 로마가 독재자를 제거했음에도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뀐 이유, 1987년 민주화의 기회를 맞은 한국인들이 다시 군사정권을 선택한 이유 등 동서고금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11가지 선거 사례들을 분석하며 각각의 교훈을 끌어낸다. 책 제목은 프랑스 격언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따왔다. 해 저물녘 어스름한 때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가리킨다. 선거의 특성이 그렇다. “선택받은 이가 진정 가장 나은 자였는지는 선택이 끝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다.” 다음달 지방선거도 그럴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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