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지음/인물과사상사·1만7000원 문화평론가 박민영의 신작 <반기업 인문학>은 오늘날 인문학이 ‘자본의 포로’가 됐다고 선언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전복적인 도전’이고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현재 유행하는 인문학은 체제 순응에 길들게 하는 ‘기업 인문학’이 된다. 기업이 인문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경영에 도움되기 위함이고, 신영복, 진중권 등 진보적 지식인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인문학 강연을 하는 것도 기업(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례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여러 인문학 베스트셀러 또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여울 작가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은 ‘대한항공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대한항공의 책’이다. <책은 도끼다>(박웅현)의 도끼는 프란츠 카프카의 실존적 메시지를 ‘단순 깨달음’에 머물게 했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같은 ‘빅 히스토리’ 열풍은 눈앞에 놓인 현실 문제를 눈감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뭔가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쯤 불편해지는 느낌 또한 고개를 든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인문학이 ‘체제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성찰과 비판’이라야 한다는 엄격한 잣대 때문이다. 인문학은 ‘체제 바깥’에 대한 ‘성찰과 비판’ 이전에 ‘상상할 수 있고 자유로운’ 것이다. 오늘날 인문학이 ‘기업 인문학’이 되고 인문학 본래의 저항성을 잃었다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인문학조차 도구가 된 느낌을 준다면 인문학에 대한 저자의 설정 또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인문학은 이래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문하는 저자의 접근법은 아무래도 사회학적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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