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김덕련 지음/오월의봄·1만9500원 장목에서 감옥까지. 한국현대사의 어둠을 권력으로 분칠하며 가로지른 인물, 김기춘의 일대기가 나왔다. 기자 출신이자 ‘인문학 기획집단 문사철’에서 활동하며 꾸준히 역사 관련 글을 써온 지은이는 1939년 경남 거제도 장목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로 출세가도를 달리다 2017년 구속되기까지 김기춘이 수십년간 저지른 악행의 연대기를 짚어나간다. 33살 나이에 유신헌법 기틀을 만든 검사 김기춘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검찰총장·법무부장관, 3선 국회의원 등 정권을 바꿔가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2008년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수모는 잠시, 박근혜정부 들어 ‘왕실장’으로 부활했다. 그러나 그가 스쳐간 화려한 자리마다 왜곡과 조작, 폭압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1975년), 1989년 문익환·임수경 구속 등 공안정국 조성,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을 비롯해 최근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세월호 참사 보고 조작 등등까지. 하지만 그는 피해자들의 분명한 증언에도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하거나 “선비로서 평생 명예를 먹고 살았다”(2009년 회고록)고 강변한다. 지은이는 김기춘이 이처럼 뚜렷한 ‘주관’을 가지게 된 뿌리로 극우반공주의를 짚으면서, 공산주의자들을 ‘무좀’에 빗대 “뿌리를 뽑지 않으면 또 언제 돋아날지 모른다”는 김기춘의 말을 반면교사 삼자고 말한다. “이번에 적폐세력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또 언제 돋아날지 모른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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