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원 교수, 72년만에 그리스어 번역
“이윤기 형이 번역하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은 최초의 그리스어사전 작업중
“이윤기 형이 번역하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은 최초의 그리스어사전 작업중
<그리스인 조르바> 원작 출간 72년 만에 처음으로 그리스어 원전을 번역 출간한 유재원 한국외대 명예교수. “번역과는 담 쌓고 살려 했는데, 원본이 궁금하다는 이들의 성화 때문에 번역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유재원 옮김/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그리스인 조르바>는 교과서에도 많이 실릴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또 작가 카잔자키스의 어휘력이 뛰어나서 소설 무대인 크레타 방언을 비롯해 사전에서도 찾기 힘든 말들이 즐비합니다. 그리스 언어학을 전공한 저조차도 뜻을 확정하는 데 애를 먹을 정도이지요. 영어를 거친 중역으로는 원문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의 첫 그리스어 원전 번역을 내놓은 유재원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지난 2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46년 그리스어로 발표된 <그리스인 조르바>는 1975년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1981년 이윤기 번역본이 가장 널리 읽혔다. 그러나 이 책들은 영역본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었고, 저본에 해당하는 영역본은 다시 프랑스어 번역본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1980년대 초 이윤기 형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제게 준 명함에 ‘<희랍인 조르바> 번역가’라고 되어 있더군요. 이 책 번역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죠. 1999년에는 크레타 섬의 카잔자키스 무덤을 함께 참배했습니다. 저한테, ‘<그리스인 조르바> 번역하면 절대 안 돼!’라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했지요. 이윤기 형 번역본은 말맛이 있어서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윤기 역 <그리스인 조르바>는 2000년 열린책들로 출판사를 옮겨 낸 개정판만도 40만부가 팔렸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과 함께 번역가 이윤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유 교수가 새롭게 번역하기로 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윤기 형의 번역을 통해 이 소설이 널리 알려진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이제는 정확하게 알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영역본에서는 조르바와 ‘나’가 처음 만날 때 ‘나’가 ‘셀비어 술’을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세이지 차’를 마신 것입니다. 이성적이어서 술에 취하는 걸 피하는 ‘나’와 초면에 대뜸 럼주를 시키는 조르바의 성격 차이가 드러나지 않게 된 것이죠.”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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