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크리스토퍼 흐로마스 지음, 박종성 옮김/더난·1만6000원 스티브 로저스. 허약체질의 젊은 군인은 훗날 엄청난 재능과 유별난 개성을 지닌 영웅들, ‘어벤져스’를 이끄는 리더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 어벤져스 다른 멤버들에 비하면 그는 재능도 힘도 부족하지만 윤리적이고 사려깊은 성격으로 좌충우돌 영웅들의 팀워크를 만들어낸다. 흔치는 않지만 판타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어벤져스’급 브레인들의 집결체가 종종 있다. 백혈병 전문의 로버트 흐로마스가 이끄는 대형 종합병원 같은 곳도 그런 곳이다. 어릴 때부터 비상한 머리로 두각을 나타낸 의사들과 연구자들을 통솔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천재들은 능력뿐 아니라 확고한 자신감, 남의 말을 안 듣는 고집,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출성을 고루 갖춘 탓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인 두 저자는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헤르만 바일, 폰 노이만, 쿠르트 괴델,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 과학사의 전면에 기록된 천재들을 한 자리에 모았던 프린스턴고등연구소(IAS)의 수장 에이브러햄 플렉스너(1866~1959)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고등학교 교사 출신의 플렉스너는 자신이 천재는 아니었지만 천재들을 관리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수학자인 폰 노이만이 본분인 수학 연구보다 컴퓨터(의 초기형태)에 빠져 전기기사처럼 납땜을 하며 뚝딱거리는 걸 말리지 않았다. 그 결과 메모리 저장 능력을 갖춘 최초의 컴퓨터가 탄생했다. 천재들을 관리할 때는 원인과 결과, 투자 대비 산출의 선형적 사고를 버려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저자들은 이 외에도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객관화하라, 말하는 대신 들어라, 갈등을 피하지 마라 등 열가지 조언을 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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