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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물방울 따라가는 시각예술의 묘미

등록 2018-06-14 19:36수정 2018-06-14 20:12

물의 여행
송혜승 글·그림/논장·1만3000원

만물은 점, 선, 면으로 되어 있다. 직관적 조형미를 내면화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명암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갓난아기가 보는 최초의 그림책인 초점책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흑백의 기하학’이 압축돼 있다. 하얀색 바탕과 검은색 패턴의 변주가 주는 묘한 질서감을 아기는 뚫어져라 쳐다본다.

<물의 여행>은 초점책의 미학이 숙성된 책이다. 단색의 간결미, 형태의 단순미, 음양의 대칭미가 초점책을 닮았다. 책은 물 한 방울이 계절의 순환 속에 돌고 돌아 다시 나의 손에 닿는 여정을 종이 오려 붙이기 기법으로 표현했다. 작은 물방울이 선이 되어 수평의 바다를 이루고, 굵은 선이 수직으로 세워져 소나기로 쏟아져 내린다. 연하늘, 진노랑, 녹두색, 진록색, 군청색, 진청색, 팥죽색, 감색, 붉은밤색, 연보라색, 회색, 보라색…. 사계절 변화를 담은 도타운 색감은 하얀 여백과 짝꿍을 이루며 채웠다 비웠다 하며 직관적 감수성을 건드린다.

책에는 시각적 효과를 돋우는 정밀한 장치들이 숨어 있다. 내용의 서정성과는 대조되는, 과학원리동화를 연상시키는 네 글자 제목과 돌기장식이 없는 고딕체를 택한 것도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더하는 요소다. 이나영 논장 편집주간은 “화면을 구성하는 데 아주 오랜 공을 들였고, 편집디자인 과정에서도 하얀색 여백의 크기, 회색 테두리의 대칭과 비례, 글자의 배열까지 섬세하게 다듬었다”고 말했다.

산뜻한 실내 인테리어가 평면으로 녹아든 착각을 주는 낯선 그림책. 이 책은 아이들에게 시각놀이에 한껏 빠져보라고 권한다. 미술놀이수업을 해온 송혜승 작가는 “그림책은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이라며, 책 뒤편에 이야기 속 빛깔과 같은 종이를 붙여놓았다. 삐뚤빼뚤 오려 붙여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면 재밌겠다. 4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논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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