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승 글·그림/논장·1만3000원 만물은 점, 선, 면으로 되어 있다. 직관적 조형미를 내면화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명암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갓난아기가 보는 최초의 그림책인 초점책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흑백의 기하학’이 압축돼 있다. 하얀색 바탕과 검은색 패턴의 변주가 주는 묘한 질서감을 아기는 뚫어져라 쳐다본다. <물의 여행>은 초점책의 미학이 숙성된 책이다. 단색의 간결미, 형태의 단순미, 음양의 대칭미가 초점책을 닮았다. 책은 물 한 방울이 계절의 순환 속에 돌고 돌아 다시 나의 손에 닿는 여정을 종이 오려 붙이기 기법으로 표현했다. 작은 물방울이 선이 되어 수평의 바다를 이루고, 굵은 선이 수직으로 세워져 소나기로 쏟아져 내린다. 연하늘, 진노랑, 녹두색, 진록색, 군청색, 진청색, 팥죽색, 감색, 붉은밤색, 연보라색, 회색, 보라색…. 사계절 변화를 담은 도타운 색감은 하얀 여백과 짝꿍을 이루며 채웠다 비웠다 하며 직관적 감수성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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