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드레이퍼스 지음, 현호영 옮김/유엑스리뷰·2만5000원 ‘실용’이란 무엇인가. ‘디자이너의 작업과 사업을 위한 지침서’라는 부제는 이 책이 씌어진 목적을 밝혀주는 동시에 미국의 1세대 산업디자이너인 헨리 드레이퍼스의 작업 목표를 분명히 암시하고 있다. 산업디자인은 실용, 즉 사용자가 실제로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무대 디자이너로 출발했다가 유성영화시대가 끝나면서 산업디자이너로 진로를 바꾼 헨리 드레이퍼스는 배우의 자연스런 동선과 관객이 무대에서 느끼는 총체적 분위기와 느낌을 고려했던 경험을 디자인의 밑바탕에 깔고 있다. 1929년 뉴욕에 디자인 사무실을 연 그는 고객이 물건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와 조세핀’이라는 가공의 남녀 소비자를 상정하고 이들의 신체 구조를 분석했다. 그에게 다리미는 그냥 손에 쥐는 물건이 아니라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손의 연장선’이었고, 탱크의 의자는 운전자의 구부정한 자세를 더이상 불필요한 상황으로 만드는 장치였다. 그는 속기사들의 안구 피로를 덜기 위해 불빛에 반짝이는 타자기 키보드의 페인트를 무광으로 바꿨다. 디자인은 물건의 밖에 추가하는 아름다운 장식이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고 쓰이는 원리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진공청소기, 만년필, 기차, 전화기 등 크고 작은 갖가지 제품을 디자인했다.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법칙을 지킬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인술의 원칙’이 의사들에게 일반 원리로 적용하는 것처럼, 디자이너들은 헨리 드레이퍼스의 말을 가슴에 새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직한 디자인은 안에서 밖으로 흐르는 것이다. 그 반대가 돼선 안 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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