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다 고 지음, 권일영 옮김/한겨레출판·각 권 1만4500원 달을 보는 심정으로 읽었다. 상처마다 바람이 불고 물이 흘러 멀리서 보면 흠 하나 없는 지구와 달리, 수십억 년 긁힌 상처가 그대로 새겨진 별. 위로받지 못한 상처가 어떤 모습인지 잊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지구 곁에 하필 달이 있는 까닭을. 같은 이유로, 이런 문학도 우리 곁에 필요하다. 무려 열 명을 살해한 인간의 내면을 964쪽(한국어판)에 걸쳐 표현하면서 세세하게 까뒤집기가 내장 융털 같은 ‘징한’ 소설. 아쿠타가와상,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등 최고의 문학상을 휩쓴 마치다 고의 작품이 처음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1962년생으로 펑크록밴드 보컬, 배우이기도 한 그의 대표작 <살인의 고백>(2005)은 10년 넘도록 일본 청년들의 스테디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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