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지음/민음사·1만3000원 구병모(사진)의 소설 <네 이웃의 식탁>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통념과 상식에 반기를 들며, 막연히 당연하다고 여겨 왔던 것이 정말 그러한지 다시 따져보자고 제안한다. 공동 주택, 공동 육아, 카풀… 등, ‘따로’가 아닌 ‘함께’의 필요와 가치를 신뢰하는 생활 방식이 질문과 시비의 대상이다. 서울 외곽 경기도의 한적한 산속 마을에 열두 세대 용으로 지은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 소설의 무대. 제법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공공 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부부 네 쌍과 그 아이들이 ‘실험’ 대상이자 소설의 주인공이다. 새로 입주한 가구를 환영하는 모임이 아파트 뒤뜰에 놓인 커다란 식탁에서 열린다. 이 식탁은 소설 말미에 다시 등장해 작품을 열고 닫는 구실을 한다. “향후 몇 가구가 들고 나든지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것만 같은, 이웃 간의 따뜻한 나눔과 건전한 섭생의 결정체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식탁은 책 제목으로도 쓰였는데, 소설이 끝날 때쯤 독자는 거기에 지독한 반어적 뉘앙스가 드리웠음을 알게 된다. 아름다운 이상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의 괴리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개별성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의 횡포, 나눔과 평등의 기치 아래 행해지는 모성(또는 여성성) 착취 같은 것이 이 공동주택의 그럴싸한 외관에 균열을 일으킨다. 소설 앞부분에서,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하는 재활용 폐기물 수거 작업에 효내가 나오지 않자 단희가 항의성 조언을 하러 방문한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마침 일이 몰려 밤샘 작업을 하느라 작업에 불참한 효내가 “그러니까 다음 주에 제가 그거 한다고요”라며 단희의 닦달에 제동을 걸자 단희는 “그 정도 협조가 안 돼서 공동생활을 어떻게 하나요”라 맞서는데, 둘 사이의 이런 날선 대화는 균열의 미세하지만 치명적인 조짐이라 하겠다.
소설가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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