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드멜로 지음, 천명선·조중헌 옮김/공존·3만5000원 지난 19일 말하는 고릴라 ‘코코’가 죽었다. 수화를 배워 인간과 소통한 것으로도 유명했지만, ‘올 볼’이라는 애완 고양이를 돌보는 것으로도 주목을 끈 동물이다. 인간은 동물과 어떻게 다른가? 사실 이 철학적 질문은 전제부터 틀렸다.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 동물 종은 진화의 생명수 가지가 뻗어간 연속체의 한 꼭짓점일 뿐이다. 과거 우리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동물에게도 기쁨과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끼고 회피하며, 어떤 종은 언어를 사용하고, 도구를 제작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전자 분석을 해 보면, 침팬지는 고릴라보다 인간에 가깝다. 고릴라 코코도 일본원숭이보다 인간에 더 가까울 것이다. 동물행동학이 인간과 동물의 생물학적 경계를 허물어뜨렸다면, 인간동물학(인류동물학)은 인간중심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부수고 있다. 인간-동물 관계를 다루는 이 학문은 ‘동물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쓰여진 망치를 들고, 동물을 착취하며 덧씌운 인간의 온갖 합리화를 깨부순다. 이를테면, 똑같은 생명인데도 개, 고양이의 생명의 무게보다 식탁에 오르는 돼지의 무게를 훨씬 가볍게 보는 게 우리의 통념이다. 근대사회 들어 인간은 자신의 용도에 맞게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등으로 동물을 분류했고, 공장식 축산의 돼지처럼 밑바닥을 구르는 동물의 삶은 은폐하거나 야만으로 격하했다. 그래야 스테이크를 썰고 모피 코트를 입으면서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는 1990년대 이후 성장하고 있는 신생 학문 인간동물학에 대한 개론서다. 인간동물학자들은 동물만을 탐구하지 않는다. 대신 인류학, 지리학, 철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연장을 연장통에서 꺼내 동물에게 덧씌워진 역사와 문화, 정치경제의 층위를 벗겨낸다. 그래야 동물 그 자체에 가까워질 수 있고, 동물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그때야 동물은 비로소 삶의 주체, 역사의 주체가 된다. 책은 대학교재로 쓰여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책장에 꽂아두고 사전처럼 찾아보기 좋다. 고릴라 코코, 동물철학자 피터 싱어, 비인간권리프로젝트 같은 최신 논의까지 놓친 게 없다. 책 뒤의 색인을 보면 이 책이 얼마나 촘촘한 그물망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좀 더 대중적인 책으로는 할 헤르조그의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을 추천한다. 동물보호운동가가 쓴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은 이슈 중심으로 정리된 책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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