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글·그림/페이퍼스토리·1만6000원 며칠씩 씻지도 못하고 비좁은 객차칸에 갇혀 가야 하는 여행인데도 왜 유라시아 대륙횡단 열차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선’을 넘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건축가이자 여행작가인 오영욱(필명 ‘오기사’)은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는 행위가 편협함을 치유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오영욱은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봄기운이 꿈틀거릴 무렵, 프랑스 파리동역에서 출발해 독일·벨라루스·러시아·몽골을 거쳐 중국 단둥역까지 혼자 기차여행을 했다. 12일간 1만2000㎞ 가까운 길을 달리며 기차는 바퀴를 표준궤(1435㎜)에서 광궤(1520㎜)로, 다시 표준궤로 갈아끼웠고, 국경을 넘을 때마다 폴란드식당칸, 러시아식당칸, 몽골식당칸, 중국식당칸을 붙였다 떼었다 했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훌륭한 맥주가 2종류나 되는데 왜 한병만 사느냐’며 따지는 벨라루스 상인, “좋은 사람임을 숨기고 싶어 일부러 화내는 것 같은” 러시아 차장 등등. 유라시아 철도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준다. 중국 입국심사를 앞두고 괜시리 심장이 쫄깃해졌다가, 거사를 위해 기차를 타고 만주로 가던 안중근 의사의 떨리는 심정이 떠오르는 식이다. 무엇보다도 지은이를 흥분시키는 것은, 앞으로 서울에서 파리까지 직행하는 열차편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이다. 이왕이면 유라시아 기차여행에 근사한 도시락 문화를 보급하면 좋겠다는 대목에 이르면 덩달아 마음이 들뜬다. 상상해보시라. 분식 전용 식당칸에서 매콤한 쫄면과 뜨끈한 우동,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만두를 먹으면서 바이칼 호수 연안을 달리는 기분을. 기차가 정차하는 곳마다 강과 도시의 위치, 기차역의 생김새를 담아 작성한 그림지도는 읽는 맛에 더해 보는 맛도 곱배기로 제공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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