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출판인이 그린 ‘문학도시, 런던’
초서·셰익스피어·디킨스·울프 등
런던에 남긴 작가와 작품 흔적 좇아
사건과 일화로 듣는 영문학사
초서·셰익스피어·디킨스·울프 등
런던에 남긴 작가와 작품 흔적 좇아
사건과 일화로 듣는 영문학사
엘로이즈 밀러·샘 조디슨 지음, 이정아 옮김/올댓북스·1만6500원 어느 대형서점의 구호를 응용해보자.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키운다. 그렇게 도시의 품에서 성장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 안에 그 도시를 생생하게 살아 있게 한다. 도시와 작가, 도시와 작품 사이에 유기적 관련성이 생긴다. 도스토옙스키의 페테르부르크, 조이스의 더블린, 폴 오스터의 뉴욕 등이 그런 사이다. “디킨스도 직접 말했듯이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등장인물은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였다. 디킨스의 소설에 등장하지 않은 자치구나 거리가 거의 없을 정도다. 코번트 가든을 걸어가다 보면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도라를 위해 꽃을 샀던 꽃 시장이나 그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공연을 봤던 극장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 클러컨웰 그린은 올리버 트위스트가 우스꽝스럽게 소매치기를 시도하는 장면에 등장했던 곳이다.” 영국의 작가·출판인 두사람이 함께 쓴 <문학의 도시, 런던>은 런던이라는 도시와 작가·작품들이 맺은 관계를 다각도로, 그리고 촘촘하게 훑는다. 영문학의 출발점에 놓인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서부터 제이디 스미스의 <하얀 이빨>(2000)까지 600년 남짓한 영국 문학사를 런던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재구성해 보여준다. 연대순이 아니라 주제별 서술 방식을 택하긴 했지만, 21개 장으로 나뉜 책을 통독하면 영국 문학사의 얼개가 어느 정도는 잡히는 느낌이 든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버러 하이 스트리트의 태버드 여관에서 시작한다. 19세기 말에 헐려서 그렇지 이 여관은 실제로 존재했던 곳이다. (…) 초서의 수다스러운 순례자들은 곧 태버드를 나와 켄트로 떠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런던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성인이 된 셰익스피어는 20여년 동안 경이로울 정도로 다작을 하면서 대부분을 런던에서 보냈다. (…) 셰익스피어가 없는 런던도 생각할 수 없다.”
<문학의 도시, 런던>은 런던 곳곳에 새겨진 작가와 작품의 흔적을 꼼꼼하게 챙겨 설명해준다. 사진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올리버 트위스트>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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